[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홍콩의 여름은 바다 위 북소리로 시작된다. 용머리를 단 배가 빅토리아 하버를 가르고, 수십 명의 노잡이가 한 박자로 물살을 밀어낸다. 50주년을 맞은 ‘2026 선라이프 홍콩 드래곤보트 페스티벌’이 6월 19일부터 7월 1일까지 침사추이 해안 산책로 일대에서 열린다.
드래곤보트는 홍콩 여름을 대표하는 장면이다. 뱃머리에는 화려한 용머리가 달리고, 배 안에서는 북소리에 맞춰 노가 동시에 움직인다. 단오절 무렵 열리는 이 경주는 전통 수상 스포츠이자 홍콩을 상징하는 축제다. 1976년 샤우케이완에서 시작된 뒤 국제 행사로 성장했고, 이제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도 자리 잡았다.
올해 행사는 더 특별하다. 홍콩 국제 드래곤보트 레이스가 50주년을 맞으면서 축제 기간도 13일로 넓어졌다. 침사추이 해안 산책로는 낮과 밤이 모두 살아 있는 축제장으로 바뀐다. 바다에서는 용선 경주가 펼쳐지고, 육지에서는 전통문화 체험과 공연, 미식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메인 경기는 6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한국을 포함한 16개 국가와 지역에서 220여 개 팀이 참가해 빅토리아 하버 위에서 속도를 겨룬다. 관람 구역은 침사추이 산책로를 따라 마련된다. 바다 건너 홍콩섬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용선들이 물살을 가르는 장면은 이 축제의 백미다.
행사 기간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와 솔즈베리 가든 일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전통 공예 체험, 무형문화유산 워크숍, VR 용선 체험, 라이브 공연 등이 이어져 가족 여행객도 즐기기 좋다. 단순히 경기를 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홍콩의 전통과 오늘의 도시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먹거리도 빠지지 않는다. 행사장에는 홍콩 길거리 음식과 축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드래곤 보트 푸드 레인과 비어 가든이 들어선다. 단오절 전통 음식인 쭝쯔도 축제 분위기를 더한다. 찹쌀과 속재료를 잎에 싸서 찐 쭝쯔는 드래곤보트 축제와 함께 기억되는 음식이다.
올해는 22m 규모의 대형 드래곤보트 전시와 포토존도 마련된다. 침사추이 해안가를 걷다가 거대한 용선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공연을 듣고,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곧바로 경주가 펼쳐진다. 홍콩 여행의 동선 안에 축제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방식이다.
축제는 빅토리아 하버에만 머물지 않는다. 타이오에서는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용선 수상 퍼레이드가 열린다. 신상을 모신 배가 마을 수로를 따라 이동하는 전통 의식으로, 오래된 어촌 마을의 분위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스탠리, 애버딘, 사이쿵, 샤틴 싱문강 일대에서도 지역별 드래곤보트 행사가 이어진다. 같은 용선 축제라도 동네마다 풍경과 표정이 다르다.
홍콩은 빠른 도시다. 높은 빌딩, 촘촘한 거리, 밤늦게까지 켜진 간판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6월의 홍콩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을 만난다. 물 위에서는 전통이 속도로 살아나고, 해안 산책로에서는 음악과 음식, 사람들의 환호가 뒤섞인다. 여름 홍콩을 가장 뜨겁게 느끼고 싶다면, 드래곤보트 페스티벌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