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보령 웅천 앞바다에는 조용히 버티는 모래언덕이 있다. 파도와 바람이 만든 소황사구다. 눈에 띄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바닷물과 재난을 막고 생명을 품어온 서해의 자연 방파제다. 지난 21일,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바다와 사구를 지키는 손길이 모였다.
보령시는 웅천읍 소황사구 일원에서 연안 및 생태계 보전 활동을 진행했다. 금강유역환경청, 삼성그룹 계열사, 보령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마을 주민 등 12개 기관·단체 100여 명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웅천읍 복지관에서 ‘생물다양성과 기후재난’을 주제로 강연을 들은 뒤 소황사구로 이동했다.
현장 활동은 단순한 쓰레기 줍기에 그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해안에 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토착 식물의 생장을 막는 아카시아와 칡 등 덩굴식물을 제거했다. 사람의 발길이 적어야 지켜지는 곳이지만, 때로는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소황사구는 웅천읍 독산리 해안부터 소황리 해안까지 약 2.5㎞ 이어진다. 면적은 12만1,358㎡에 이른다. 모래언덕은 바람을 맞고, 파도를 받아내며 배후 지역을 보호한다. 바닷물이 안쪽으로 밀려드는 것을 막고, 해안 생물이 살아가는 터전도 만들어준다. 겉으로는 조용한 모래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안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곳의 가치는 오래전부터 인정받았다. 2005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2018년에는 국내 최초 해양경관보호구역이 됐다. 훼손이 적고 원형이 비교적 잘 남아 있는 해안사구로 평가받는다.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같은 보호 대상 생물이 찾고, 순비기나무와 통보리사초, 해당화 군락도 사구의 계절을 채운다.
소황사구 보전 활동은 하루 행사가 아니다. 2008년 금강유역환경청과 충남 소재 삼성 계열사 4개 사업장이 협약을 맺은 뒤 올해로 19년째 이어지고 있다. 행정기관, 기업, 군부대, 주민이 함께 한 해안 보전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긴 시간 같은 장소를 돌보는 일은 말보다 쉽지 않다.
이향숙 보령시 기후환경과장은 “소황사구가 오랜 시간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 덕분”이라며 “민관이 함께 지속적인 환경정화와 보전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보령 여행은 대천해수욕장과 머드축제로만 기억되기 쉽다. 하지만 소황사구에 서면 다른 보령이 보인다. 화려한 축제장 대신 바람에 낮게 흔들리는 사구식물, 조용히 밀려오는 파도, 오래 버틴 모래언덕이 있다. 서해의 봄을 조금 깊이 보고 싶다면, 소황사구는 천천히 걸어볼 만한 생태 여행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