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충남 청양의 작은 마을회관이 하루 동안 공연장이 되고, 주민의 목소리가 무대가 됐다. 밴드 음악이 울리고, 마당놀이가 펼쳐지고, 오래된 사진과 가훈이 가족의 시간을 다시 불러냈다. 청양이 생활 속 문화여행을 마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청양군은 남양면 행복나눔터에서 제3회 ‘우리동네 들썩들썩’ 행사를 열었다. ‘행복을 빚는 문화, 예술로 숨쉬는 남양’을 부제로 한 이번 행사는 문화시설이 많은 도심과 달리 공연·전시·체험을 접하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흐름과 맞물려 마을 거점시설을 직접 찾아가는 생활문화 프로그램이다. 청양군은 충남의 중심 내륙에 자리한 1읍 9면 지역으로, 칠갑산과 지천을 품은 자연형 고장이다.
행사는 추억의 사진찍기로 문을 열었다. 주민들은 카메라 앞에 서서 오래된 가족사진처럼 나란히 웃었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다시 바라봤다. 이어 남양면민들이 주축이 된 ‘나눌밴드’가 무대에 올라 익숙한 노래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전문 공연장이 아니어도, 객석과 무대가 멀지 않아도, 음악은 충분히 가까웠다.
전통공연의 흥은 극단청양이 이어갔다. 충남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받은 지역 문화예술단체답게 마당놀이의 리듬과 해학을 살려 주민들의 눈과 귀를 붙잡았다. 장단이 빨라질 때마다 객석의 웃음도 커졌고, 배우와 관객 사이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익숙한 놀이판이었고, 아이들에게는 처음 만나는 전통 무대였다.
공연 뒤에는 청양만의 결이 담긴 지역 이야기 인터뷰가 진행됐다. 주민들은 남양에서 살아온 시간과 마을의 기억, 앞으로 바라는 일상을 자신의 말로 풀어냈다. 문화행사가 단순히 보여주는 무대에 머물지 않고, 주민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자리로 확장된 셈이다. 마지막에는 나만의 가훈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다. 가족이 함께 문장을 고르고 붓끝으로 적는 동안 행사는 조용한 여운으로 마무리됐다.
‘우리동네 들썩들썩’은 한국예술문화단체연합회 청양지회가 주관하며, 매달 1·3주 수요일 읍·면·마을 거점시설을 순회한다. 올해 모두 12회 운영될 예정이라 청양 곳곳의 마을이 차례로 작은 문화무대가 된다. 청양문화관광 안내도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사계절 여행, 칠갑산 등 자연·생활형 관광을 지역의 주요 매력으로 소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군민의 삶터를 직접 찾아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이번 사업의 본질”이라며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 공간을 만들어 일상이 예술이 되는 청양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청양의 이번 행사는 크고 화려한 축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의 노래와 웃음, 사진 한 장, 가훈 한 줄이 모이자 행복나눔터는 충분히 따뜻한 무대가 됐다. 문화는 멀리 있는 공연장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청양의 마을문화 여행이 조용히 깊어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