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모두가 북쪽 번식지로 떠난 계절, 홀로 순천만에 남아 푸른 날갯짓을 하는 하얀 백조 한 마리가 포착됐다. 겨울이 지나면 찬 바람을 따라 시베리아로 돌아가야 할 천연기념물 큰고니가 한여름을 코앞에 둔 5월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학계와 탐조객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 19일 순천만 연꽃 복원습지에서 겨울철새인 큰고니 1마리가 먹이활동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공식 확인했다. 백조로 잘 알려진 천연기념물 큰고니는 순천만을 찾아오는 대표적인 겨울 손님이다. 보통 10월 중순에 찾아와 이듬해 2월 말이면 월동을 마치고 일제히 북쪽 번식지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태 패턴이다.
이번에 카메라에 포착된 큰고니는 회갈색 깃털이 남아있는 어린 개체(유조)로 추정된다. 녀석이 발견된 장소는 순천만 내 매입 농경지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연꽃 복원습지다. 순천만 전체를 통틀어 5월에 큰고니가 관찰된 사례 자체가 극히 드문 데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복원습지를 철새가 직접 알고 찾아와 머무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이 특별한 손님이 머무는 연꽃 복원습지는 국가유산청의 지원을 받아 기존의 사유지 농경지를 생태적으로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순천시는 벼를 재배하던 논을 연꽃습지와 넓은 개방수면으로 복원하여, 겨울철새를 비롯한 다양한 습지 생물들이 언제든 찾아와 숨 돌릴 수 있는 서식 공간으로 정성껏 관리해 왔다.
복원습지는 큰고니가 좋아하는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을 피해 편안하게 눈을 붙일 수 있는 얕은 수면 환경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계절마다 도래하는 수많은 겨울철새들의 새로운 대안 서식지로서 가치를 증명해 낸 셈이다. 이번 발견은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개발로 전 세계적인 서식지 감소 위기에 처한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에게 순천만 복원습지가 마지막 낙원이자 안전한 대피소가 되어주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재 순천시는 이 어린 큰고니가 무리에서 낙오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먹이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지, 비행 능력에 문제가 있는지, 혹은 신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부상이 있는지 등 건강 상태를 중심으로 24시간 정밀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어린 큰고니가 이 시기에 먼 길을 떠나지 않고 복원습지를 직접 찾아와 정착한 것은, 이곳이 철새들이 언제든 쉬어가고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임을 스스로 인정한 의미 있는 사례”라며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개체의 건강 상태와 행동 패턴을 현장에서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순천만에는 이 기특한 큰고니뿐만 아니라, 또 다른 겨울철새인 세계적 희귀조 흑두루미 한 쌍도 번식지로 가지 않고 나란히 머물며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순천시는 봄날의 불청객이 아닌 뜻밖의 귀한 손님이 된 큰고니와 흑두루미 부부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이들이 머무는 서식지 주변의 소음과 환경 관리에 온 힘을 쏟을 계획이다. 초록으로 물든 순천만에서 하얗게 빛나는 겨울새를 만나는 경이로운 풍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