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주말의 달콤한 늦잠을 반납하고 집을 나선 시민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지난 16일 오전, 강릉의 숨은 진주라 불리는 송정솔밭과 해변 일대는 거대한 야외 교실이자 청정 일터로 변신했다. 강릉시 평생학습관이 마련한 ‘우리동네 바닷가 우리손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가벼운 옷차림에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든 채 상기된 표정이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직접 가꾸겠다는 다짐이 짙푸른 동해바다 위로 시원하게 뻗어 나갔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청소 봉사활동을 넘어 환경에 대한 깊이를 더하는 배움의 장으로 시작됐다. 본격적인 정화활동에 앞서 참여자들은 강릉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문강사가 진행하는 생생한 환경교육에 귀를 기울였다.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부터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어떻게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지까지, 시각 자료를 활용한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식과 고개가 끄덕여졌다. 머리로 먼저 깨달은 환경의 소중함은 이내 몸을 움직이는 강력한 원동력이 됐다.
교육이 끝난 후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대대적인 정화활동은 그야말로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부모의 쓰레기봉투를 벌려주던 어린아이부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총 38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이들은 송정해변의 고운 모래사장 구석구석을 살피고, 울창한 솔밭 사이에 숨겨진 담배꽁초와 플라스틱 병, 일회용 컵 등을 꼼꼼하게 찾아내 봉투를 채워 나갔다. 땀방울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혔지만, 시민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보다 깨끗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뿌듯함이 더 크게 묻어났다.
가족과 함께 참여한 한 시민은 “주말에 아이들과 단순히 놀러 오는 것보다 이렇게 의미 있는 활동을 함께하니 교육적으로도 정말 좋다”며 “깨끗해진 바다를 보니 마음까지 시원해지고, 앞으로 바닷가를 찾을 때 쓰레기를 절대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깊게 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땀을 흘린 강순원 문화체육시설사업소장은 “주말을 맞아 자녀와 함께 참여한 가족 단위 시민을 비롯해 남녀노소 많은 분이 동해바다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셨다”며 깊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모든 세대가 함께 가꾸어가는 청정 강릉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시민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뜻을 밝혔다.
푸른 바다와 초록빛 솔밭이 어우러진 강릉의 자연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평범한 시민들의 정성과 손길이 모여 유지된다는 것을 증명한 하루였다. 바다를 사랑하는 강릉 시민들의 아름다운 발걸음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동네 바닷가 우리손으로’ 프로그램은 연말까지 월 1~2회씩 지속해서 운영되며 강릉의 해안선을 따라 온기를 전파할 예정이다. 당장 오는 30일에는 향긋한 커피 향으로 유명한 안목해변 일대에서 두 번째 정화활동과 환경 사랑의 메시지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