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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꽃은 입술을 지나 바람이 된다

곡성의 오후, 계절의 여왕이 잠시 눈을 감다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꽃은 입술을 지나 바람이 된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의 하늘 아래, 한 여인의 얼굴이 꽃으로 피어 있었다. 붉은 꽃잎은 머리칼이 되었고, 감고 있는 두 눈 위로는 오래된 봄날의 꿈 같은 고요가 내려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조형물이라 말하겠지만, 곡성의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으면 그것은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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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곡성 기차마을에 가면 꼭 장미정원을 가야한다(사진=최치선 기자)

 손끝에서 흘러내린 꽃줄기는 허공을 타고 천천히 휘어진다. 마치 누군가에게 닿지 못한 마음이 끝내 바람으로 변해가는 장면 같다. 꽃은 피어나는 순간보다 흩날리는 순간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이곳은 조용히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장미보다도 그 사이를 지나가는 시간에 더 오래 머문다.

 

멀리 철길이 보인다. 철로 위를 스치는 바람은 지나간 여행의 냄새를 품고 있고, 낮게 깔린 구름 아래 기차마을의 풍경은 조금 느린 영화처럼 흘러간다. 누군가는 사랑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오래전 놓쳐버린 얼굴 하나를 생각한다. 여행은 결국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풍경 속에서 잊고 있던 자신을 다시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꽃으로 만든 여인의 입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오래 바라보게 된다. 그 침묵 속에는 화려함보다 더 깊은 외로움과 기다림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그렇게, 피어 있는 척하며 조용히 계절을 견디는 일인지 모른다.

해가 기울 무렵, 붉은 꽃들은 조금씩 어둠의 색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곡성의 저녁은 마치 한 편의 포토그래프처럼 마음속에 천천히 현상되기 시작했다. 오래된 기차역의 숨결과 장미의 향기, 그리고 끝내 닿지 못한 어떤 마음까지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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