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충남 천안의 상징인 천안삼거리공원. 능수버들 흔들리는 길목 끝에 자리한 ‘천안삼거리 옛날주막’은 요즘 전통주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공간이다. 막걸리 한 사발 기울이며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술은 단연 ‘파동(Padong)’이다.
보랏빛 라벨 디자인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풍기는 파동은 천안의 농업회사법인 ㈜목천도가가 만든 프리미엄 우리술 브랜드다. 그리고 이 술의 중심에는 동학실천시민행동 상임대표인 이요상 대표가 있다.
기자가 찾은 날, 천안삼거리 옛날주막에는 낮부터 전통주를 찾는 손님들이 이어졌다. 나물전과 감자전이 지글거리는 소리 사이로 은은한 누룩 향이 퍼졌다. 직접 술잔을 내오던 이요상 대표는 “주막은 결국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곳을 운영하게 된 배경도 특별하다. 천안시가 전통문화 활성화를 위해 진행한 ‘천안삼거리 옛날주막 운영자 공모’에서 사업자로 선정되며 위탁 운영을 맡게 된 것이다. 오랜 시민사회 활동 경험과 지역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전통주 철학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 대표의 이름은 시민운동계에서 더 익숙하다. 그는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 운동을 비롯해 친일 잔재 청산, 반전 평화운동, 한반도 평화통일 운동 등에 오랫동안 참여해왔다. 평화민족통일원탁회의 공동의장과 운영위원장 등을 맡으며 시민사회 현장을 지켜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천안에 내려와 선택한 것은 뜻밖에도 ‘전통주’였다.
“동학농민혁명은 농민이 나라의 뿌리라는 선언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우리 쌀로 제대로 된 술을 만들고, 농민이 만든 쌀의 가치를 다시 살리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동학 정신의 실천입니다.”
그의 말처럼 목천도가의 대표 브랜드 ‘파동’은 100% 우리 쌀만 사용한다. 특히 전통 누룩 가운데 명성이 높은 금정산성 누룩을 활용해 깊고 부드러운 풍미를 구현했다.
파동은 탁주와 증류주 두 가지 라인업으로 생산된다. ‘파동 탁주’는 부드러운 목 넘김과 진한 쌀 향이 특징이다.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산미가 살아 있어 젊은 층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반면 ‘파동 증류주’는 42도의 도수에도 깔끔한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입안에서는 곡물의 은은한 단향이 퍼지고 목 넘김 이후 긴 여운이 이어진다.
이날 주막 상에는 육회와 봄나물, 녹두전, 민어찜이 함께 올랐다. 특히 육회와 파동 증류주의 조합은 압권이었다. 육회의 기름진 풍미를 증류주의 깔끔함이 정리해주며 입안의 밸런스를 완성했다. 제철 채소와도 잘 어울렸다. 전통주 특유의 묵직함보다 산뜻함이 살아 있어 음식과의 조화가 뛰어났다.
이 대표는 술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병과 패키지를 과감한 보라색으로 디자인한 이유도 젊은 세대와 해외 소비자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이제 전통주도 감각이 필요합니다. K-팝과 K-푸드처럼 K-쌀 발효주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죠. 우리 쌀의 우수성과 발효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목천도가는 우리쌀에 최적화된 첨단 발효·숙성 기술도 도입했다. 위생적이고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프리미엄 전통주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이미 성과로 이어졌다. ‘파동’은 충청남도가 선정하는 ‘충남술 톱텐(Top10)’에 이름을 올리며 품질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술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그는 술 한 병에도 시대정신이 담겨야 한다고 말한다.
“천안삼거리 주막은 단순히 술 파는 공간이 아닙니다. 사람과 문화, 역사와 이야기가 만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동학농민혁명도 결국 백성들의 삶 이야기였잖아요.”
주막 창밖으로 해가 기울 무렵, 손님들의 술잔은 다시 채워졌다. 누군가는 막걸리를 기울였고, 누군가는 증류주 향을 천천히 음미했다. 천안삼거리의 오래된 길목에서 ‘파동’은 지금도 잔잔하지만 깊은 물결처럼 퍼져가고 있었다.
이요상 대표는 “다음에는 직접 목천도가 양조장으로 오라”며 웃었다. 천안삼거리 옛날주막에서 시작된 이날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쌀과 전통주, 그리고 동학 정신으로 이어졌다. 기자와 이 대표는 다음 취재에서는 목천도가 양조장에서 다시 만나 보다 깊은 우리술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우리술 여행] 이요상 대표와 전통주 ‘파동’의 이야기](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8680c91a-1a02-4923-8d57-9113c8d84749/00-legacy-cover-1404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