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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50년 전 모습 그대로...천년고도 경주에 내린 ‘문화유산 축포’

경주 기림사 응진전, 보물 승격 예고

마석산 삼층석탑·산구의원도 문화유산 등재

신라부터 근대까지 경주의 역사가 살아 숨 쉰다

김보라 기자
350년 전 모습 그대로...천년고도 경주에 내린 ‘문화유산 축포’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천년의 시간을 품은 고도 경주에서 조선 시대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건축을 비롯해 통일신라의 석조 예술품, 근대 의료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건축물까지 무려 3건의 유산이 국가 및 도 지정 문화유산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며 역사문화도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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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산 삼층석탑’(제공=경주시)

경주시는 2026년 상반기 국가·경상북도 문화유산 지정 심사에서 문무대왕면 기림사 경내에 자리한 ‘기림사 응진전’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고 17일 밝혔다. 이와 함께 내남면 노곡리의 ‘마석산 삼층석탑’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동부동에 위치한 ‘산구의원’은 경상북도 등록문화유산으로 각각 신규 지정되는 경사를 맞이했다. 이번 지정으로 경주가 보유한 문화유산은 단순히 과거 신라 시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고려와 조선을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온 한반도 역사 전반의 거대한 박물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문화유산 지정의 하이라이트인 기림사 응진전은 기존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에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승격 예고됐다. 함월산 자락에 아늑하게 안긴 기림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절 창건된 유서 깊은 고찰이다. 이곳의 핵심 건축물인 응진전은 조선 효종 즉위년인 1649년에 ‘영산전’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다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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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기림사 응진전 보물 승격(제공=경주시)

이후 영조 5년인 1729년에 불제자인 오백나한을 내부에 봉안하면서 현재의 응진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놀라운 점은 35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전란과 자연재해 속에서도 건물의 큰 훼손이나 구조적 변형 없이 건립 당시의 원형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 중기 불교 건축의 특징인 단정하면서도 견고한 공포 짜임과 내부 가구 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내남면의 마석산 삼층석탑은 화강암을 깎아 만든 통일신라 시대의 정교한 석탑이다. 마석산 자락의 한적한 풀숲 사이에서 오랜 세월을 버텨온 이 탑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구조와 한눈에 봐도 편안함을 주는 안정감 있는 비례가 큰 특징이다. 전형적인 통일신라 전성기의 석탑 양식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하부 기단이나 지붕돌의 세부 표현에서 고려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변화 양상까지 품고 있어 석조 미술사 연구의 중요한 열쇠가 될 유물이다.

 

반면, 도 등록문화유산이 된 동부동의 산구의원은 경주의 서양식 근대 문화를 대변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에 건립된 이 붉은 벽돌 건물은 당시 ‘야마구찌 병원’으로 불렸던 경주 지역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이다. 근대식 병원 건축의 특징인 아치형 창문과 독특한 지붕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광복 이후에는 지역민들의 아픔을 치료하던 중심 공간이었다가 현재는 미래 세대를 위한 화랑수련원으로 탈바꿈해 여전히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3건의 유산이 나란히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경주시가 관리하는 지정 문화유산은 모두 376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중 국가유산은 국보 36점과 보물 105점, 사적 79점 등을 포함해 총 244점에 달하며, 경상북도 지정 문화유산은 130점을 기록하게 됐다. 이는 대한민국 지자체 중 독보적인 수치로, 경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붕 없는 박물관이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적 자산임을 뜻한다.

 

최혁준 경주시장 권한대행은 “이번에 지정 및 예고된 문화유산들은 신라 천년의 역사성뿐만 아니라 조선과 근대에 이르는 경주의 깊은 역사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이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체적이고 과학적인 보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전 세계 관광객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명품 관광·교육 자원으로 적극 활용해 역사문화도시 경주의 가치를 전 세계에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주의 가을과 봄은 늘 찬란하지만, 새로운 문화유산의 이야기들이 더해진 지금의 경주는 한층 더 깊은 역사적 향기를 풍긴다. 오래된 사찰의 처마 밑에서, 고요한 산등성이의 석탑 앞에서, 그리고 근대의 붉은 벽돌 벽면 사이로 흐르는 시간의 궤적을 따라 걷는 경주 여행은 방문객들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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