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5월의 춘천이 몸짓으로 유혹한다. 중앙로에는 물이 쏟아지고, 석사천 산책로에는 마임이 흐르고, 레고랜드 주차장에는 밤새 도깨비 같은 예술가들이 몰려든다. 말보다 몸이 먼저 도시를 깨우는 8일간의 축제가 시작된다.
2026 춘천마임축제가 24일부터 31일까지 춘천시 중앙로, 축제극장몸짓, 커먼즈필드 춘천, 석사천 산책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주차장 등 춘천 전역에서 열린다. 올해로 38회를 맞는 축제의 주제는 ‘몸풍경’이다. 신체와 환경, 예술적 관계망이 서로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감각의 풍경을 뜻한다.
축제의 문은 24일 오후 중앙로에서 열리는 개막난장 ‘아!水라장’이 연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상징하는 물을 앞세운 대표 프로그램이다.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 물을 맞고 뛰며 거리를 거대한 무대로 바꾼다. 2006년부터 이어진 이 물난장은 올해를 끝으로 중앙로 시대를 마무리하고, 2027년부터는 축제극장몸짓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극장에서는 몸의 언어가 더 깊어진다. 24일부터 28일까지 축제극장몸짓에서는 마임, 현대무용, 서커스, 클라운이 교차하는 공연이 이어진다. 그리스의 ‘판옵티콘’은 보이지 않는 시선과 통제 속에서 흔들리는 신체를 탐구하고, 일본 마임의 거장 코지마야 만스케는 일상의 부조리를 유머와 페이소스로 풀어낸다. 한국 마임의 결을 만나는 ‘안녕? 마임의집’, 한·핀란드 합작 공연 ‘푸빗과 깔레’, 가족 관객을 위한 ‘클라운비비의 핸드벨 극장’도 무대에 오른다.
춘천의 산책로도 무대가 된다. 평일 저녁에는 ‘걷다보는마임’이 석사천과 우두공원으로 시민을 찾아간다.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산책하던 길 위에서 공연을 마주하는 방식이다. 마임은 극장 안에 머물지 않고 병원, 학교, 보육원, 관광지로도 이동한다. ‘도깨비유랑단’은 김유정 레일바이크, 애민보육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국립춘천숲체원 등 9개 공간을 찾아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문다.
올해 새롭게 등장한 ‘예술난장 X’도 눈길을 끈다. 29일 오후 8시부터 30일 새벽 2시까지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주차장에서 열리는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다. 공연과 설치, 참여형 콘텐츠가 뒤섞이는 360분짜리 실험형 난장이다. 관객은 좌석에 앉아 보는 사람이 아니라, 난장 속을 통과하며 예술이 발생하는 순간에 함께 들어간다. 이두성 예술감독은 “관객은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이 발생하는 순간을 함께 경험하는 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의 심장은 단연 ‘도깨비난장’이다. 30일 오후 2시부터 31일 새벽 5시까지 밤새 이어진다. 1998년 시작된 춘천마임축제의 대표 콘텐츠로, 약 60여 예술단체가 불 설치미술, 공연,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펼친다. 새벽 5시, 해가 떠오를 무렵 진행되는 ‘닫는 마임’은 춘천에서만 볼 수 있는 축제의 마지막 장면이다. 올해 도깨비난장에는 해외 10여 개국 예술가와 국내외 90여 개 공연단체가 참여한다.
춘천마임축제는 무대만의 축제가 아니다. 청년축제학교 ‘깨비짱’과 자원활동가 ‘깨비’가 축제 현장을 움직이고, 근화동396 플리마켓과 춘천시립도서관 야외도서관, 감자아일랜드의 축제 에디션 맥주, 로컬 막걸리와 향 제품까지 지역 그룹이 함께 참여한다. 축제는 공연예술을 넘어 춘천의 생활과 상권, 청년 문화가 섞이는 도시형 난장으로 확장된다.
춘천마임축제의 힘은 말없이도 통한다는 데 있다. 물을 맞고, 밤을 새우고, 산책길에서 공연을 만나는 동안 관객은 어느새 축제의 일부가 된다. 5월의 춘천은 무대가 아니라 몸이 움직이며 만들어낸 하나의 풍경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