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북한강 물길 위에 거대한 꽃섬이 열린다. 가평 자라섬 봄꽃 페스타 기간, 단순히 꽃만 보고 돌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꽃밭을 거닐고 하룻밤 묵으며 지역의 맛과 체험을 즐기면 최대 33만원까지 돌려받는 파격적인 실험이 시작된다. 수도권 봄나들이가 당일치기를 넘어 ‘머무는 여행’으로 체질을 바꾸는 순간이다.
경기도 가평군이 자라섬 봄꽃 페스타 기간인 오는 23일부터 6월 14일까지 가평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박·체험비 지원 사업을 전격 운영한다. 대상은 가평 외 지역에 거주하는 내외국인 관광객이며, 모집 인원은 선착순 40명이다.
지원 규모는 꽤 묵직하다. 숙박비는 최대 3박까지 지원되는데, 1명 1박 기준 3만원부터 시작해 3~4인 동반 시 1박당 7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여기에 1인당 하루 1만원씩 지급되는 체험비가 더해진다. 만약 4인 가족이 3일간 가평에 머물며 축제와 체험을 즐긴다면 숙박비 21만원과 체험비 12만원을 합쳐 총 33만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
물론 조건 없는 공짜는 아니다. 선정된 관광객은 축제 기간 가평의 관광 자원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맡는다. 숙박과 체험 후기를 매일 1회 이상 게시하고, 여행 종료 후 5일 이내에 관광 체험기와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지원금은 서류 검토 후 3주 이내에 지급될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오는 21일 오후 5시까지이며, 여행 계획서를 이메일로 제출하면 접수된다. 가평군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이미 발급받았거나 여행 코스에 참여 업체가 포함된 경우 선발 과정에서 우선권을 얻는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인구감소 지역 여행객에게 숙박, 식음료, 체험 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로, 최근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등 주요 축제와 연계되며 활용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올해 자라섬 꽃 페스타는 \'푸른 물결 위, 화려한 꽃의 항해\'를 주제로 23일간 펼쳐진다. 양귀비, 아이슬란드 포피, 델피늄, 로벨리아, 맨드라미 등이 북한강을 배경으로 섬 전체를 수놓을 예정이다. 축제장 입장료 7000원 중 5000원은 가평사랑상품권으로 즉시 환급되어 지역 음식점이나 농특산물 판매 부스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자라섬은 그동안 재즈와 캠핑의 성지로 불렸으나, 이제는 꽃과 정원의 섬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3년 연속 경기 대표 관광축제로 이름을 올린 자라섬의 이번 실험은 서울 인근의 지리적 특성 탓에 \'당일치기\'로 소비되던 가평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다.
숙박과 체험비를 묶어 지원함으로써 여행객의 발길은 자라섬을 넘어 가평잣고을시장, 남이섬, 아침고요수목원, 청평호반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여행객의 하루가 길어질수록 지역 상권이 느끼는 온기는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선착순 40명이라는 한정된 인원이 예산 효과 면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체류형 관광 모델을 검증하는 시작점으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여행객들의 생생한 후기는 공공기관의 형식적인 홍보물보다 훨씬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다. 가평군 관계자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가평의 실제 숙박 만족도와 지역 상권 연결성을 강화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를 만드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자라섬의 봄은 화려한 꽃으로 시작되지만, 가평군이 이번 지원금 33만원에 담은 진짜 속내는 꽃밭 너머에 있다. 한 번 보고 스쳐 지나가는 축제를 하루 더 머물고 싶게 만드는 여행으로 전환하는 일. 지역에서 자고, 먹고, 즐기는 체류형 관광의 가능성이 이번 봄 자라섬에서 꽃피울 준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