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서해 바다가 조금 더 낮아졌다. 휠체어를 탄 채 갯벌로 들어가고, 아이들은 박물관 여권에 도장을 찍고, 가족 여행객은 영종도 바닷가에서 피크닉과 요트 항해를 함께 즐긴다. 5월의 바다는 보는 풍경이 아니라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여행지가 된다.
한국관광공사 경인지사는 5월 ‘바다가는 달’을 맞아 인천·시흥·안산·화성 등 서해안 일대에서 해양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 캠페인은 여름 성수기에 집중된 바다 여행을 봄부터 즐기는 여행으로 넓히고, 장애인과 가족 여행객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무장애 해양관광 ‘서해 바다에서 우리 모두 함께 海’다. 5월 한 달간 총 6회 운영되며, 회당 28명씩 모두 168명이 참여한다. 발달·청각·지체·시각장애 등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 코스로 짜였다. 무장애관광 전문 인솔자가 동행하고, 바다 휠체어를 활용한 갯벌 체험,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 매향리 습지생태 탐방 등이 이어진다.
바다는 오래도록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듯 보였지만, 실제 여행 현장에서는 계단과 모래, 이동 동선이 장벽이 되곤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 장벽을 낮추는 데 의미가 있다. 갯벌은 아이와 어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속도로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와 매향리 습지는 서해의 조수 간만과 생태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코스다.
가족 여행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오이도박물관 등 경인지역 해양 교육·체험 시설 10곳을 연결한 여권형 스탬프투어가 오는 11월까지 진행된다. 3곳 이상 방문해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은 박물관을 돌며 도장을 모으고, 부모는 해양문화와 생태를 여행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난다.
영종도 바닷가에서는 피크닉 상품이 운영된다. 오는 23일부터 6월 27일까지 매주 주말 진행되며, 해변 피크닉과 요트 항해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인천공항과 가까운 영종도는 접근성이 좋고, 서해 낙조와 섬 풍경을 함께 품고 있어 짧은 주말 여행지로 알맞다. 바다를 배경으로 돗자리를 펴고, 요트를 타고 물길을 가르는 일정은 도심 가까운 해양관광의 장점을 살린다.
‘바다가는 달’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추진하는 해양관광 캠페인이다. 올해는 연안 지역 숙박 할인과 해양레저 체험 할인, 지역별 특화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 전국 연안에서는 레저와 치유, 미식, 섬 여행을 묶은 32개 특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서해안 프로그램은 그 가운데 접근성과 포용성을 전면에 내세운 사례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무장애관광은 한 달짜리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바다 휠체어, 전문 인솔자, 안내 체계, 이동 동선이 축제 기간에만 등장하고 사라진다면 의미는 반감된다. 가족형 스탬프투어도 단순 경품 이벤트를 넘어 해양교육 코스로 자리 잡아야 한다. 서해 바다가 모두에게 열린 여행지가 되려면 체험 이후에도 남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곽대영 한국관광공사 경인지사장은 “평소 여행이 어려운 분들을 포함해 누구나 바다에서 재미와 배움을 얻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서해안의 매력과 해양관광 콘텐츠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5월의 서해는 조용히 문턱을 낮춘다. 갯벌 위의 휠체어, 박물관 여권에 찍히는 도장, 영종도 바람을 가르는 요트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바다는 보는 사람만의 풍경이 아니라, 누구나 닿을 수 있어야 하는 여행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