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한탄강이 빚어낸 억겁의 세월을 두 발로 정복하는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과 보석처럼 박힌 주상절리를 곁에 두고 걷는 ‘한탄강 지오트레일’이 탐방객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완주인증제를 도입하며 도보 여행자들 사이에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산책을 넘어, 80km에 달하는 대장정을 마친 뒤 손에 쥐는 완주 인증서는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훈장이자 자부심이 되고 있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연천과 포천, 철원을 가로지르며 조성된 국내 최고의 지질 탐방로다. 강물에 깎여 나간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 등 교과서에서나 보던 경이로운 지질 경관을 바로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전체 구간은 총 14개 코스이며, 그 길이만 약 80km에 달한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조각품 사이를 걷다 보면 왜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는지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이번에 도입된 완주인증제는 여행의 재미에 ‘수집’과 ‘성취’라는 요소를 더했다. 참여 방법은 의외로 아날로그적이고 정겹다. 탐방객은 포천 한탄강세계지질공원센터나 연천 임진강 자연센터, 혹은 철원 주상절리길 순담매표소 등 세 곳 중 한 곳을 방문해 ‘완주인증 여권’을 받으면 된다. 이후 길 곳곳에 비치된 인증 스탬프를 하나씩 찍어나가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앱 대신 여권에 도장을 찍는 손맛이 여행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전체 코스는 포천 7개, 연천 5개, 철원 2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각 지역의 모든 코스를 섭렵하면 해당 권역의 구간 완주 인증서를 받을 수 있으며, 14개 전 구간을 정복한 ‘철인’들에게는 통합 완주 인증서가 수여된다. 단순히 증서만 주는 것이 아니다. 인증서를 받은 탐방객은 희망할 경우 완주를 기념하는 특별한 기념품을 구매할 권한도 얻는다. 땀 흘려 걸은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전유물인 셈이다.
특히 이 길은 사계절마다 얼굴을 바꾼다. 봄에는 협곡 사이로 피어난 야생화가, 여름에는 시원한 강바람과 수풀이,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절벽과 조화를 이룬다. 포천시는 이번 인증제가 탐방객들에게 한탄강의 지질 명소와 주변 관광지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권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계절마다 경주하듯 찾아오는 반복 방문 효과도 뚜렷하다.
포천시 관계자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완주인증제는 탐방객들이 협곡 구석구석에 숨겨진 매력을 더욱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다”라며 “올가을에는 주상절리길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도 준비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서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여행은 때때로 명확한 목표가 있을 때 더 큰 즐거움을 준다. 이번 주말, 배낭 하나 메고 한탄강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험준한 협곡을 지나 여권에 찍히는 붉은 인장 하나가 당신의 일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자세한 코스 정보와 참여 방법은 한탄강 지질공원 공식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