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박물관의 육중한 대문이 열리면 시공간을 넘나드는 가족 여행이 시작된다. 교과서 속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내 성씨의 뿌리를 찾고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는 살아있는 수업이다. 경기 포천의 역사를 품은 고택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고사리손을 거쳐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집 역사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포천역사문화관이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오는 5월부터 9월까지 운영되는 ‘대문을 활짝! 우리 가족 이야기’는 유아와 초등학생들이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내 집처럼 친숙하게 느끼도록 설계된 신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그램의 백미는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시 ‘포천의 명문가, 대구 서씨’와 초등 1~2학년 통합 교과 과정인 ‘나, 가족’ 주제를 절묘하게 엮어냈다는 점에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보물로 지정된 서경우와 서문중의 초상화다. 300년 전 조선 정계를 호령했던 인물들의 형형한 눈빛이 아이들을 맞이한다. 대구 서씨 가문은 조선시대 3대 정승과 대제학을 배출하며 포천에 터를 잡은 이래 지역 역사의 중심축을 담당해왔다. 아이들은 전시된 족보와 간찰(편지) 자료를 통해 옛사람들이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한 가문의 이름이 어떻게 지역의 역사로 남게 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교육은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고 체험 활동으로 이어진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장 곳곳을 누빈 아이들은 체험 학습실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족보라는 어려운 단어 대신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캐릭터로 그려보고, 우리 집만의 특별한 규칙이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는 과거의 유물을 구경하는 관람객에서 역사적 가치를 현재의 일상으로 끌어오는 주인공으로 변모하는 과정이다.
박물관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거리 좁히기\'에 있다. 포천이라는 지명이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삶의 터전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전시실 안의 유물들은 아이들의 손끝을 거쳐 \'우리 동네 할아버지의 이야기\' 혹은 \'우리 집의 뿌리\'로 치환된다. 특히 6~7세 아동과 초등 저학년의 눈높이에 맞춘 구성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지역사를 가장 따뜻한 가족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천시 관계자는 “이번 교육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포천의 국가유산을 친숙하게 접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마련했다”며 “박물관에서 배우는 포천의 역사와 체험 활동이 어린이들에게 뜻깊은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행은 이름난 풍경만 찾아가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전시실에서 자기 가족을 떠올리고, 손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시간도 한 지역을 깊이 만나는 방식이다. 포천역사문화관의 작은 교실은 올봄과 여름, 아이들에게 가족과 역사, 고장의 이름을 함께 기억하게 하는 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프로그램은 포천 관내 유치원, 어린이집 및 초등학교 1~2학년 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에 운영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포천시청 문화체육과 박물관팀을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