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핀란드의 깊은 숲과 잔잔한 호수, 그리고 디자인의 성지 헬싱키의 차분한 일상 속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단순한 며칠간의 관광객 신분을 벗어나 현지에서 일하고 배우며 북유럽의 사계절을 온몸으로 통과하는 ‘생활형 여행’이 한국 청년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다가왔다. 배낭 하나 메고 떠나는 짧은 여행과는 무게감부터 다르다. 이제 핀란드는 잠시 머물다 가는 풍경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터이자 삶터로 그 문턱을 낮췄다.

한국과 핀란드가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전격 체결하면서 양국 청년들의 교류 폭이 획기적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과 유리 예르비아호 주한핀란드대사는 지난 13일 한·핀란드 워킹홀리데이 협정 서명식을 가졌다. 이번 협정이 공식 발효되면 18세부터 35세까지의 양국 청년들은 상대국에서 최장 12개월 동안 머물며 단기 취업과 어학연수, 그리고 현지 문화 체험을 자유롭게 병행할 수 있게 된다.
워킹홀리데이는 일반적인 해외여행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관광지의 유명한 명소만 훑고 돌아오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동네 카페에서 서툰 언어로 주문을 하며 출퇴근길의 서늘한 공기를 익히는 과정이다. 한 나라의 일상을 몸소 부딪치며 배우는 시간인 셈이다. 특히 핀란드는 북유럽 특유의 여유로운 삶의 방식과 자연 친화적인 문화가 뚜렷해,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한국 청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경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라는 나라는 저마다의 매력이 뚜렷한 도시들로 가득하다. 수도 헬싱키는 세련된 건축물과 해안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의 도시이며, 투르쿠와 탐페레는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산타마을로 유명한 로바니에미는 겨울이면 오로라와 설경이 마법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 아래 호수 수영을 즐기고, 겨울에는 얼음 호수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핀란드인들의 ‘휘게(Hygge)’와 닮은 ‘칸사스(Kalsarikännit)’ 같은 독특한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할 기회다.
협정은 양국이 국내 발효 절차를 마친 뒤 상대국에 통보하고, 그로부터 60일이 지나면 공식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연간 참여 인원은 발효 후 양국 합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핀란드는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는 만큼, 현지 취업 현장에서 겪게 될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북유럽식 복지 시스템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청년들에게는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전 세계 여러 국가와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외교부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를 통해 국가별 나이 제한과 취업 조건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핀란드의 경우 북유럽 특유의 높은 물가와 추운 기후를 고려해 체류비와 보험 등을 더욱 꼼꼼히 챙겨야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청년들이 해외에서 안전하게 체류하며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세부 지침 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해외 체류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단순히 영어를 배우러 떠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낯선 도시에서 스스로 일상을 꾸려나가는 ‘독립적인 생활자’로서의 경험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핀란드행 워킹홀리데이는 북유럽 여행의 문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헬싱키의 아침 안개를 뚫고 자전거로 등교하거나 출근하는 풍경 속에 녹아드는 일. 핀란드는 이제 한국 청년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인 사진 속 나라를 넘어, 직접 살아내고 성장하는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다.
[여행 메모: 핀란드 워킹홀리데이 준비 체크리스트]
참가 자격: 만 18세 이상 35세 이하 대한민국 청년 (협정 기준)
체류 기간: 입국일로부터 최대 1년 (12개월)
주요 도시: 디자인과 행정의 중심 \'헬싱키\', 예술과 학생들의 도시 \'탐페레\', 겨울 왕국의 상징 \'로바니에미\'
현지 문화 키워드: \'시수(Sisu, 끈기와 회복탄력성)\', \'요카이넨오이케우스(Jokaisenoikeus, 누구나 자연을 즐길 권리)\'
준비 팁: 핀란드는 영어 통용률이 매우 높지만, 현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서는 기초 핀란드어를 익히는 것이 유리함. 겨울철 일조량이 매우 적으므로 비타민 D 섭취와 방한 대책 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