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적한 골목길, 이제 이곳은 아이들의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거대한 캔버스로 변신한다. 단순히 학원 책상에 앉아 도화지를 채우는 주입식 교육은 끝났다. 지역 예술가의 작업실 문을 직접 두드리고, 동네 골목의 색채를 발견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이 노원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노원문화재단이 국비 지원을 받아 야심 차게 준비한 \'꿈의 스튜디오\'가 가져올 변화의 서막이다.
노원문화재단은 최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2026 꿈의 스튜디오’ 신규 거점기관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전국 문화예술 기관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가운데, 노원을 포함한 20개 기관만이 선택을 받았다. 이번 선정으로 재단은 연간 1억 원 규모, 최대 5년간 총 4억 원에 달하는 국비를 지원받아 아동·청소년을 위한 시각문화예술교육의 체계를 밑바닥부터 탄탄하게 다질 수 있게 됐다.
이 사업의 핵심은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과 시각언어를 발견하고, 이를 지역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지속 가능한 교육 생태계로 묶어내는 것이 목표다.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즐거움을 깨닫고 그 결과물을 이웃과 나누는 전시까지 교육의 범위를 확장한다.
노원이 이번 공모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비결은 단연 ‘공릉동’이라는 지역 특색을 영리하게 활용한 덕분이다. 공릉동은 대학가와 청년 예술가들이 밀집해 있고, 다양한 문화기반시설이 포진한 보기 드문 동네다. 재단은 이러한 인프라를 한데 엮어 생활권 기반의 예술 교육 모델을 제안했다. 아이들이 동네 예술가의 작업실을 직접 방문해 함께 창작 활동을 펼치고, 지역 내 유휴 공간을 전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프로그램의 철학 역시 명확하다. ‘정답 없는 교육’을 지향한다. 아이들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결과물을 찍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탐색하며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확장하는 주체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지역 예술가들은 단순한 강사가 아닌, 아이들의 예술적 여정을 함께하는 든든한 동료이자 조력자로 나선다.
노원문화재단 강원재 이사장은 이번 사업에 대한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강 이사장은 “예술 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의 감각과 생각을 발견하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해가는 소중한 과정”이라며 “노원의 아이들이 지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예술가와 호흡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예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공릉동의 오래된 골목과 현대적인 감각의 예술가가 만나 아이들의 꿈을 빚어낼 ‘꿈의 스튜디오 노원’은 오는 7월 오픈 워크숍으로 첫인사를 건넨다. 이어 8월부터는 정규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아이들의 손끝에서 탄생할 노원의 새로운 색깔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구체적인 일정과 참여 방법은 향후 노원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이 삶이 되고, 마을이 배움터가 되는 일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원이 시도하는 이번 실험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서울 동북권의 문화 지형도는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물감 냄새가 어우러질 공릉동의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