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대한민국 인구 50명 중 1명은 외국인인 시대다. 258만 명에 달하는 주한 외국인들이 단순히 일하고 공부하는 체류자를 넘어, 우리 국토 구석구석을 누비는 ‘큰손’ 여행객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은 서울 도심의 화려함보다는 강원도의 푸른 바다와 제주의 고즈넉한 풍경에 더 열광하며, 한국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역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경기를 살리는 실질적인 소비 주체이자, 전 세계에 한국의 매력을 전파하는 움직이는 홍보대사로서 이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주한 외국인들의 여행 지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촘촘하다. 최근 1년 사이 이들의 여행 행태를 살펴보면, 10명 중 7명은 이미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고, 절반이 넘는 58.8%가 숙박 여행을 경험했다. 1년에 평균적으로 당일 여행은 3.7회, 숙박 여행은 2회를 떠나는 셈이다.
눈여겨볼 점은 목적지에 따른 여행 패턴의 차이다. 가볍게 떠나는 당일 여행은 서울(30.8%)과 경기(36.0%) 등 수도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하룻밤을 묵어가는 숙박 여행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숙박 여행지 1위는 강원(27.7%)이 차지했으며, 부산(27.4%)과 제주(20.8%)가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일상적인 공간을 벗어나 산과 바다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비수도권 지역 관광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과거 단체 관광에 의존하던 모습은 이제 옛말이다. 주한 외국인 여행객의 93.8%는 스스로 일정을 짜고 이동하는 \'개별 여행\'을 선택했다. 이들은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는 대신 본인이 직접 발굴한 숨은 명소를 찾아다니는 자기주도형 여행을 즐긴다.
여행의 목적 또한 명확하다. 85.7%가 \'자연과 풍경 감상\'을 최고로 꼽았으며, \'음식 관광(64.2%)\'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사계절이 만들어내는 풍광에 감탄하고, 우리 입맛에도 매운 로컬 맛집을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이들의 일상적인 여행 풍경이다. 특히 1인당 평균 여행 경비로 26만 6천 원을 지출하며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체류 자격에 따라 여행 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유학생들은 당일 여행 경험률(79.1%)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학교 근처나 대중교통으로 이동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특성을 보였다.
반면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문 취업자들은 숙박 여행에 더 적극적이다. 숙박 여행 경험률이 74%에 달하며 1인당 평균 3회 이상의 숙박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역의 고급 숙소를 이용하거나 장거리 여행을 선호하며 질 높은 휴식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한 외국인들의 한국 사랑은 본국으로까지 이어진다. 응답자의 66.3%는 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를 한국으로 초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이들이 단순한 체류자를 넘어 한국 관광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85.9%에 달하는 높은 향후 여행 의향은 주한 외국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한국관광공사 김성은 관광AI데이터실장은 "주한 외국인은 거대한 국내여행 수요층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에 한국의 매력을 전하는 앰버서더"라고 정의했다. 이어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체류 외국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역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연계 마케팅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데이터를 기반으로 외국인 전용 관광 택시 확대, 다국어 안내 서비스 강화 등 체류 외국인들이 지역 관광에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한국의 진짜 매력을 발견한 258만 명의 \'이웃\'들이 전 세계를 향해 띄우는 러브레터가 대한민국 관광의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