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 동안 묵묵히 우리 문학의 순수 혈통을 지켜온 \'자유문학상\'이 스무 번째 주인공을 낙점했다.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정갈한 문장으로, 찰나의 유행보다는 시대의 정신을 담아온 두 시인이 그 영예의 주인공이다. 한 명은 우리 고유의 3·4·5·6조 음률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킨 민조시의 파수꾼이고, 다른 한 명은 병동의 아픔을 따스한 동심으로 치유해온 동시 작가다. 결이 다른 듯 닮은 두 시인의 만남은 한국 문학의 지평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계간 《자유문학》은 2001년부터 이 땅의 문학정신에 정진한 작가들을 선별해 시상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지난해까지 총 29인의 문인이 거쳐 간 이 길에 올해는 민조시 부문의 여윤동 시인과 동시 부문의 한상순 시인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수상은 전통의 계승과 문학적 외연의 확장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단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민조시 부문 수상자인 여윤동 시인은 우리 고유의 가락을 되살린 민조시 분야의 거목이다. 1995년 육군 소령 시절 《자유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발을 들인 그는, 민조시의 개척자이자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신세훈 시인의 수제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승의 뜻을 이어받아 민조시의 현대적 안착을 이끌어온 그는 한국문협 사무처장과 민조시분과 회장 등을 역임하며 문단 발전에 헌신해 왔다.
현재 한국민조시인협회 회장을 맡아 3세대 작가 양성에 전념하고 있는 여 시인은 이번 수상작인 민조시집 『神訟 바라밀』을 통해 선비 정신이 깃든 민조시학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를 맡은 김현수 민조시평론가는 여 시인의 작품에 대해 "형식의 절제미 속에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아냈으며, 이는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정체성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라고 평했다.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상순 시인은 1999년 《자유문학》 신인상 동시 부문으로 등단한 이후 25년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봐 온 작가다. 특히 간호사로 근무하며 체득한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시선이 일품이다.
수상작인 여덟 번째 동시집 『거미의 소소한 생각』은 일상 속 작은 존재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담아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용희 아동문학평론가(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는 "한상순의 시는 병원 현장에서 마주한 고통을 동심의 미학으로 승화시킨다"며 "소소한 일상적 관심을 따스한 애정으로 치환하여 동심의 아름다움을 완벽히 구현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 시인은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서덕출문학상, 천상병동심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제20회 자유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5월 20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거행된다. 이날 행사에는 계간 《자유문학》 신인상 수여식도 함께 진행되어, 선배 문인들의 성취를 축하하고 새롭게 문단에 발을 들이는 신진 작가들을 격려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문단 관계자는 "자유문학상은 단순한 상금이나 명예를 넘어, 우리 문학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작가들의 자존심과 같다"며 "민조시와 동시라는,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장르를 굳건히 지켜온 두 시인의 수상이 후배 문인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윤동 시인의 묵직한 필치와 한상순 시인의 맑은 서정은 한국 문학이라는 큰 숲을 지탱하는 든든한 나무와 같다. 2026년의 봄, 종로의 한복판에서 울려 퍼질 이들의 문학적 성취가 독자들에게 어떤 울림으로 다가갈지 기대가 모인다. 두 시인의 정진은 곧 우리 문학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증명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