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전남 곡성의 5월은 장미 향기만큼이나 진한 문화의 향기로 가득하다. 평범한 마을회관이 화려한 공연장으로 변신하고, 오래된 흑백영화가 어르신들의 가슴 속 추억을 소환한다. 섬진강 변 캠핑장에서는 아이들의 고사리손이 삼한시대의 역사를 빚어낸다. 곡성군이 야심 차게 준비한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은 단순히 보는 공연을 넘어, 주민들의 일상을 하나의 축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초여름의 길목에 들어선 전남 곡성군이 5월 한 달간 군민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이번 사업은 거창한 공연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집 앞이나 즐겨 찾는 휴양지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지난 6일, 곡성읍 신기리 2구 마을회관 앞마당은 떠들썩한 잔칫집으로 변했다. 어르신들을 위해 찾아온 유랑음악다방 ‘나의 살던 고향은’ 공연이 열렸기 때문이다. 구성진 아코디언 선율에 맞춰 옛 노래를 함께 부르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소년, 소녀 같은 미소가 번졌다. 특히 추억의 변사극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박장대소하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거동이 불편해 읍내 공연장까지 가기 힘들었던 어르신들에게 이번 ‘찾아가는 공연’은 갈증을 해소해 주는 시원한 단비와 같았다.
추억 여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는 20일에는 지역 문화 거점인 ‘곡성작은영화관’에서 1960년대 흑백 고전영화 ‘김약국의 딸들’이 스크린에 걸린다.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수놓았던 이 작품은 디지털 복원 작업을 거쳐 더욱 선명한 화질로 관객을 만난다.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옛 시절의 정서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동체 상영회로 꾸며져 그 의미가 더욱 깊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리는 30일에는 곡성의 역사와 예술이 결합한 이색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섬진강 변 야영장에서 열리는 ‘문화로운 기억’ 프로그램은 삼한시대 흙을 활용해 굴뚝과 토우를 직접 만들어보는 ‘문화굴뚝짓기’를 선보인다. 여기에 섬진강의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즉석 드로잉 퍼포먼스는 캠핑족들에게 잊지 못할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곡성군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매달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군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생활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곡성군 관계자는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공간 곳곳이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군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곡성의 5월은 이처럼 마을 어귀부터 강변 끝자락까지 즐거움으로 일렁인다. 화려한 무대 조명 대신 따스한 햇살 아래서, 격식 있는 좌석 대신 마을 평상에 앉아 즐기는 문화는 곡성만이 가진 정겨운 매력이다. 이번 5월 행사에 대한 자세한 일정은 곡성의 문화·예술·교육 소식을 담은 뉴스레터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곡성의 5월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