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서울대공원 식물원 전시온실에 아주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울창한 잎사귀 뒤편과 굵직한 줄기 사이, 때로는 땅바닥에 뻗은 뿌리 곁에 뜻밖의 동물들이 몸을 숨긴 것이다. 박제된 전시물이 아니라 식물과 동물의 기묘한 닮은꼴을 찾아가는 이 여정은, 조용하기만 했던 온실을 순식간에 활기 넘치는 탐험지로 바꿔놓았다. 할아버지의 낡은 앨범 속 식물원 기억과 아이의 초롱초롱한 호기심이 만나는 이곳은, 이제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세대와 세대가 자연의 언어로 말을 섞는 작은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오는 6월 7일까지 전시온실에서 특별전시 ‘할아버지와 나의 식물원 이야기 : 식물원 속 동물원’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과거 창경원 식물원에서 시작해 남산식물원을 거쳐 지금의 과천 서울대공원에 이르기까지, 우리 도시가 자연을 품어온 굴곡진 시간을 어린 세대에게 보다 쉽고 따뜻하게 전해주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의 핵심 화두는 할아버지와 손주의 ‘대화’다. 오래전 식물원을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회상과 처음 온실의 습한 공기를 마주하는 아이의 시선이 교차한다. 관람객들은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식물원을 단순히 희귀 식물을 모아둔 박물관이 아니라, 한 도시가 생명을 기억하고 보존해온 소중한 기록물로 다시 보게 된다. 창경원 온실의 고풍스러운 풍경과 남산 시절의 아련한 추억, 그리고 현재 서울대공원으로 이어진 생명의 계보가 거대한 줄기처럼 하나로 이어진다.
전시 방식 또한 딱딱한 도감 스타일에서 벗어났다. 식물과 동물의 복잡한 생태학적 관계를 긴 글로 설명하는 대신, 직관적인 시각 요소를 배치했다. 동물의 몸을 닮은 기이한 모양의 식물, 같은 기후와 환경을 공유하며 공생하는 생명체들, 그리고 서로에게 기대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는 장면들이 온실 곳곳에 녹아 있다. 아이들은 잎사귀 속에 숨겨진 동물 소품을 보물찾기하듯 발견하며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그 곁에서 잊고 지냈던 식물원의 기억을 조심스레 꺼내어 본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식물원 속 숨은 동물 찾기’다. 관람객들은 화분 뒤나 전시물 주변에 배치된 아기자기한 동물 소품들을 찾으며 온실을 한 바퀴 돈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보는 전시에서 탈피해 관람객이 직접 움직이고 발견하는 참여형 방식이라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문적인 깊이를 더하고 싶다면 주말 해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다.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세 차례 운영되는 전시해설을 따라 걷다 보면, 식물의 독특한 생김새와 서식 환경, 그리고 그것이 동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한 폭의 그림처럼 선명해진다. 온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관람객은 계절을 잊은 채 열대 우림과 사막, 습지를 넘나드는 시간 여행자가 된다.
박진순 서울대공원장은 “식물과 동물이라는 생태적 요소에 ‘이야기’라는 감성적인 옷을 입혀 자연에 대한 이해와 세대 간의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내고자 노력했다”며 “시민들이 자연을 보다 가깝고 흥미롭게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융합 전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식물원은 단순히 초록색 배경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걸었던 길과 우리가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오늘이 공존한다. 이번 전시는 행정적인 관리를 넘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기억의 공유’를 실천하고 있다. 잎과 줄기 사이에서 동물의 흔적을 찾는 짧은 산책이 끝날 때쯤, 우리는 깨닫게 된다. 식물원은 식물이 사는 집이기도 하지만, 우리 세대의 추억이 뿌리 내리고 자라는 커다란 화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6월의 싱그러운 햇살 아래, 온 가족이 함께 초록빛 대화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메모] 서울대공원 식물원은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하차해 ‘코끼리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 편리하다. 전시온실은 습도가 높고 기온이 따뜻하므로 가벼운 옷차림이 좋으며, 아이와 함께라면 탐험가 모자나 돋보기를 챙겨 ‘숨은 동물 찾기’의 몰입도를 높여보자. 식물원 관람 후 바로 옆 동물원을 연계해 방문하면 이번 전시의 주제인 ‘식물과 동물의 연결’을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