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동네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통기타 선율에, 이웃집 장인이 한 땀 한 땀 꿰맨 수제 가방에 예술이 숨어 있다." 서울 노원구의 골목예술가들이 예산 걱정 없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 단순히 관청에서 돈을 주는 \'시혜성 지원\'이 아니다. 구민이 직접 주머니를 털어 후원하면 공공기관이 같은 금액을 보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이른바 ‘예술인 상생 모델’이다. 노원문화재단이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비옥하게 가꿀 「2026 와톤 예술숲 크라우드펀딩」의 주인공들을 찾아 나섰다.
노원문화재단은 오는 21일까지 지역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돕고 구민 참여형 기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 참여 프로젝트를 공모한다. 이번 사업은 참신한 아이디어는 있지만 초기 자금이 부족한 지역 예술가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기회다. 펀딩 방식은 명쾌하다. 예술가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공개하면 구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보낸다. 목표액에 도달하면 재단이 1:1 매칭 펀드 방식으로 동일한 금액을 추가로 지원해 예술가의 꿈을 현실로 만든다.
지난 2021년 첫발을 뗀 이 사업은 노원구만의 독특한 문화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12개의 보석 같은 프로젝트가 세상에 나왔다. 동네의 소소한 이야기를 엮은 독립출판물부터 우리 동네 풍경을 담은 낭독 연극, 한정판 핸드메이드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채롭다. 예술가는 창작 자금을 얻고, 후원자는 작가로부터 특별한 ‘리워드(답례품)’와 함께 내가 후원한 예술이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뿌듯함을 가져간다.
지원 대상은 노원구에 거주하거나 활동 기반을 둔 예술인 및 단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장르의 벽도 허물었다. 시각예술, 공연, 문학, 다원예술 등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작 활동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펀딩 목표액은 10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재단은 총 600만 원의 예산 내에서 고득점 순으로 팀을 선정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선 ‘성장 사다리’ 역할이다. 선정된 예술가들에게는 재단 자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제공될 뿐만 아니라, 6월 중 열리는 전략 워크숍을 통해 펀딩 기획과 후원자 소통법 등 실전 역량을 강화할 교육 기회도 주어진다. 예술가가 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길러주겠다는 의지다.
강원재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와톤 예술숲은 예술가의 창의적인 열정과 구민의 따뜻한 후원이 만나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참여형 플랫폼”이라며 “노원의 일상을 예술로 물들일 많은 분의 도전을 기다린다”고 강조했다.
공모 접수는 오는 5월 21일까지 이메일로 진행된다. 지정 양식의 신청서와 10장 내외의 프로젝트 기획안을 제출하면 된다. 동네의 작은 카페가 공연장이 되고, 석계역 근처 산책로가 갤러리가 되는 마법 같은 변화가 다시 시작되려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노원 구민들의 ‘쌈짓돈’이 모여 어떤 근사한 ‘예술숲’을 이뤄낼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여행메모] 노원구는 불암산과 수락산이 감싸 안은 자연 친화적 환경 덕에 예술가들의 영감이 풍부한 도시다.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나 전시가 열리는 소규모 공간들은 경춘선 숲길을 따라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다. 펀딩에 성공한 프로젝트의 성과물은 공릉동 카페거리나 노원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수시로 만날 수 있다. 주말 나들이로 경춘선 숲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는 골목 예술가들의 공연이나 전시는 노원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