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바다 위에 흩뿌려진 보석 같은 섬들을 주제로 한 국제 행사가 정작 섬처럼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라는 거창한 기치를 내건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개막을 불과 넉 달여 앞두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703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와 300만 관람객 유치라는 거대한 숫자 놀음 뒤에 숨겨진 부실한 실행력이 여수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탓이다.
이번 박람회는 오는 9월 5일부터 두 달간 여수 돌산 진모지구와 개도, 금오도 일원에서 개최된다. 8개 전시관과 랜드마크가 들어설 주행사장을 비롯해 섬 체험 프로그램이 배치된 부행사장까지, 계획상으로는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최근 공개된 공사 현장과 정비 상태는 ‘국제행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속도가 더디다. 조직위는 7월 준공을 자신하지만, 현장의 시계는 박람회의 장밋빛 전망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단연 교통이다. 주행사장인 돌산 진모지구는 평소에도 상습 정체로 몸살을 앓는 구간이다. 9,700여 면의 임시주차장과 셔틀버스 60대를 투입하겠다는 대책이 나왔지만, 편도 1차선 위주의 협소한 도로 구조를 고려하면 ‘병목 지옥’은 예견된 수순이다. 셔틀버스가 아무리 많아도 도로가 마비되면 무용지물이다. 주말과 연휴에 몰릴 인파를 감당하기에는 현재의 접근 도로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예산 집행의 효율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703억 원의 사업비 중 상당 부분이 행사용 임시 시설물 설치에 집중되어 있다. 여수는 이미 2012년 세계박람회 이후 거대 시설물의 ‘사후활용’이라는 가혹한 숙제를 겪고 있는 도시다. 이번 행사 역시 박람회가 끝난 뒤 남겨질 시설들이 또다시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반짝 행사를 위해 수백억을 쓰고 나면 결국 시민들 세금으로 유지비만 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역 사회의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콘텐츠의 독창성 부족도 뼈아픈 대목이다. 미디어아트와 몰입형 전시는 이미 전국 지자체 축제에서 흔하게 소비되는 메뉴다. 섬 주민의 고령화, 의료 공백, 기후 위기와 해양 쓰레기 같은 실질적인 현안은 뒷전인 채, 껍데기만 화려한 영상미에 치중한다면 이는 ‘섬’을 주제로 한 기만적인 전시에 불과하다. 특히 개도와 금오도 등 부행사장의 경우, 선착장 안전 시설과 쓰레기 처리 대책이 여전히 미흡해 대규모 관람객 방문 시 안전 사고 우려까지 제기된다.
조직위는 성공 개최를 향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닌 투명한 점검이다. 공정률의 실체부터 교통 시뮬레이션 결과, 그리고 행사 종료 후의 구체적인 비용 추계까지 시민들 앞에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 여수시 관계자는 "남은 기간 동안 교통과 안전 대책을 최우선으로 점검하여 차질 없는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긴장감은 여전히 낮다.
결국 이번 박람회는 여수시의 자산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거대한 예산 낭비 사례로 기록될지 결정적인 기로에 서 있다. 섬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명분이 퇴색되지 않으려면, 전시 행정의 틀에서 벗어나 가장 기본적인 접근성과 안전부터 다시 쌓아 올려야 한다. 703억 원의 혈세가 바다 위로 흩어지는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여행메모] 9월 개막 예정인 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은 돌산 진모지구에 위치한다.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지만,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의 정체를 감안해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부행사장인 개도와 금오도로 향하는 배편은 기상 상황에 민감하므로 실시간 운항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화려한 박람회장 이면의 실제 섬마을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축제 인파를 피해 평일 이른 오전 시간을 공략하는 것이 그나마 쾌적한 관람의 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