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와 줄어든 비행기 길에 제주 관광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고유가와 항공편 감편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31억 5천만 원이라는 긴급 예산을 편성하고 정면 돌파에 나섰다. 단순히 구호에 그치는 대책이 아니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온 여행객의 손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지역화폐를 즉석에서 쥐여주고, 숙박과 렌터카 비용을 깎아주는 등 체감도 높은 ‘실탄 지원’을 통해 여행자의 발길을 다시 되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제주도는 지난 4일 제주관광공사에서 관광 유관기관과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특별점검회의를 열고,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도착 즉시 체감하는 혜택’이다. 다음 달부터 제주를 찾는 개별 관광객 중 항공편을 이용해 2박 이상 체류하는 것이 확인되면, 공항에 내리자마자 지역화폐인 ‘탐나는전’ 2만 원권을 받을 수 있다. 여행의 시작과 동시에 기분 좋은 보너스를 챙기게 되는 셈이다.
온라인 예약 플랫폼을 통한 지원 사격도 강력하다. 제주 공공 관광 플랫폼인 ‘탐나오’에서는 숙박시설과 렌터카, 주요 식음료 매장에서 최대 30%에 달하는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여기에 추가 예산을 별도로 확보해 단체 관광객과 수학여행단에 대한 지원금도 연중 내내 끊기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여행 경비 상승으로 제주행을 망설였던 이들에게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제시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
최근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참가자들을 위한 당근책도 포함됐다. 제주에서 업무와 휴식을 병행하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는 부담이 컸던 항공 유류할증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일회성 방문객뿐만 아니라 중장기 체류형 관광객까지 아우르는 촘촘한 그물망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회의에 참석한 국내선 중심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유 비용이 대폭 상승하면서 운항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선호 시간대부터 감편할 수밖에 없어 타격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일부 항공사는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공항 내 체크인 카운터 등 지상 인프라 부족으로 증편에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 협조를 건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장의 비명에 대해 제주도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화답하겠다는 방침이다. 항공사 본사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주 노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감편된 운항 횟수를 다시 회복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항공사들 역시 유가 급등의 압박 속에서도 제주의 관광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증편 요청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모았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여러 위기와 고물가 논란 속에서도 민관이 힘을 합쳐 극복해 낸 소중한 경험이 우리에게 있다”며 “이번 고비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긴급 투입하는 31억 5천만 원이 제주 관광 수요를 지키고 회복을 이끄는 든든한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집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의 5월은 신록이 가장 눈부신 계절이다. 비록 고유가라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행자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섬의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공항 도착장에서 건네받는 2만 원권 화폐와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 텅 빈 활주로를 다시 북적이게 만들 수 있을지, 전국의 여행자들이 다시 한번 제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