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자갈치시장은 소리가 먼저 가라앉는다. 낮 동안 시장을 채우던 목소리와 손짓이 물에 젖어 무게를 얻고, 그 위로 ‘I ❤️ JAGALCHI’ 불빛만 또렷하게 떠오른다. 붉은 하트는 더 선명해졌는데, 이상하게도 그 빛이 닿는 자리는 더 비어 보인다.
젖은 바닥은 지나간 발자국을 붙잡지 못한다. 사람들은 스쳐가고, 물은 모든 흔적을 얇게 밀어낸다. 항구 쪽에서 밀려오는 비 냄새와 바다의 짠 기운이 섞이며, 이곳은 더 이상 활기보다 남겨진 시간에 가까워진다. 자갈치의 밤은 누군가와 함께일 때보다 혼자일 때 더 깊어진다.
불빛 뒤편에는 여전히 하루를 견딘 손들이 있다. 물을 털어내던 장화, 고기를 정리하던 손끝, 아무 말 없이 바다를 바라보던 등들이 비 속에서 천천히 흐려진다. 그 모습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나는 잠시 멈춰 선다. 비는 계속 떨어지는데, 마음속 어딘가도 같은 속도로 젖어든다. 사랑한다는 문장이 환하게 켜져 있지만, 그 아래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는 길고 느리다. 자갈치시장의 밤은 묻는다. 혼자라는 것이 언제부터 이렇게 또렷해졌는지.

![[최치선의 포토에세이]부산 자갈치시장, 비에 젖은 고백](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58c19652-59e1-4a85-8bd2-174546772f67/00-legacy-cover-13955.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