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홍천의 봄은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향으로 먼저 온다. 강바람을 타고 번지는 산나물의 싱그러운 냄새와 산양삼의 쌉싸래한 기운이 발길을 붙잡는다. 강원 홍천군 도시산림공원 토리숲 일원이 초록빛 장터로 변했다. 오는 3일까지 이어지는 제8회 홍천 산나물축제는 갓 뜯어낸 봄의 생명력을 바구니 가득 담아내는 자리다. 팔봉산 굽이굽이 흐르는 전통의 숨결과 산나물의 향이 어우러진 홍천의 봄나들이 현장을 다녀왔다.
홍천강 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갈마곡리 토리숲은 지금 거대한 ‘봄의 식탁’이다. 축제장에 들어서자마자 곰취의 진한 향이 폐부 깊숙이 박힌다. 홍천산채연구회와 산양삼협회 등 지역 임업인들이 땀 흘려 가꾼 결실들이 좌판마다 수북하다. 올해 축제의 키워드는 ‘자산지소(自産地消)’. 홍천 땅에서 자란 산나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뜻이다.
“이게 진짜 홍천 명이에요. 잎이 넓고 연해서 고기랑 같이 먹으면 끝내주지.”
농가의 투박한 손길이 담긴 명이나물을 집어 든 여행객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두릅, 참나물, 더덕 등 제철 먹거리들이 즐비한 이곳에선 흥정이 곧 대화다. 마트의 포장된 채소와 달리 농민의 설명이 곁들여진 산나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산양삼 부스에선 은은한 흙냄새와 삼 특유의 향이 어우러져 건강한 기운을 내뿜는다.
토리숲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더할 나위 없는 쉼터다. 산나물 모종 심기에 열중한 아이들의 고사리손은 흙투성이가 되어도 즐겁기만 하다. 산나물 수색 체험과 볼풀체험장은 축제 내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한편에 마련된 향토음식점에선 갓 부쳐낸 산나물전의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셀프식당에서 직접 산 나물을 데쳐 먹는 재미는 오직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무대 위 열기도 뜨겁다. 지역 동아리들의 소박한 공연부터 홍천 락댄스페스티벌의 강렬한 비트까지, 축제의 리듬은 쉼 없이 변주된다. 특히 게릴라 콘서트와 산나물 이벤트는 장터를 찾은 이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번 축제는 단순히 먹거리에 그치지 않고 홍천의 정신적 뿌리인 전통문화와 손을 잡았다. 서면 팔봉산 관광지 일원에서 열리는 당산제가 그 주인공이다. 수백 년간 마을의 안녕을 빌어온 당산제는 팔봉산의 여덟 봉우리만큼이나 깊은 사연을 품고 있다. 군은 토리숲과 팔봉산을 잇는 셔틀버스를 운행해 여행객들이 현대적인 축제와 예스러운 전통 의례를 하루 만에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오전에는 토리숲에서 봄맛을 만끽하고, 오후에는 셔틀버스로 이동해 팔봉산의 신령스러운 기운 아래 전통의 시간을 마주하는 코스다. 홍천강의 물줄기가 굽이치듯, 축제는 장터와 산을 오가며 유연하게 이어진다.
홍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올해 산나물축제는 판매 중심을 넘어 청정 홍천의 봄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행사로 기획했다”며 “팔봉산 당산제와 연계된 만큼 방문객들이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강원도의 깊은 전통문화를 가슴 가득 담아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봄은 짧고 홍천의 향은 깊다. 3일까지 이어지는 이 초록빛 잔치는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기에 충분한 봄날의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