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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담양 금성산성에 서면 시간의 무게를 알게된다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담양 금성산성에 서면 시간의 무게를 알게된다

담양의 산은 조용하다. 그러나 금성산성 위에 서면, 그 고요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오래동안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처럼 느껴진다. 돌을 하나씩 쌓아 올렸을 손들의 체온이 이미 사라졌는데도, 성벽은 아직도 누군가를 지키고 있는 듯 낮게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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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금성산성 풍경(사진=최치선 기자)

성벽에는 무너진 구간이 많다. 허물어진 돌 사이로 풀이 자라고, 비가 스며든 자국이 검게 번져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완전한 폐허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버텨낸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한 번의 싸움으로 끝난 자리가 아니라, 오래도록 지키려 했던 자리다. 누군가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누군가는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성벽 위를 따라 걷다 보면, 발걸음이 자꾸 느려진다. 경치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곳에 남아 있는 ‘결정되지 못한 이야기’들 때문인 것 같다. 이 산성은 승리의 기록도, 패배의 기록도 또렷하게 남기지 않는다. 다만, 그 사이에서 버티던 사람들의 시간을 조용히 품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곳은 묻지 않는다. 누가 이겼는지, 왜 싸웠는지,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대신 한 가지 감각만 남긴다.

끝까지 버텼던 자리에는, 결국 사람이 남는다는 것.

그리고 그 자리를 지나가는 우리는, 잠시 그 무게를 빌려 걷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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