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사 마당에 들어서면 먼저 하늘이 낮아진다. 붉고 푸른 연등이 처마처럼 내려와 바람에 흔들리고, 그 아래 와불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누워 있었던 사람처럼 조용하다.
눈을 감은 얼굴에는 서두름이 없다. 산을 오르는 숨, 산사에 닿은 발걸음, 마음속에서 끝내 내려놓지 못한 말들까지 모두 알고 있다는 듯 그저 오래도록 이어져 온 고요가 한 겹 더 얹혀 있을 뿐이다.
청계산 자락의 바람이 연등 사이를 지나며 부드럽게 흔들린다. 빛은 흔들리고, 그림자는 천천히 흐른다. 와불의 몸을 이루는 수많은 돌들은 각각의 시간과 기도를 품고 있다. 작고 둥근 것들이 모여 하나의 평온한 형상을 만들고, 그 앞에 선 사람은 자연스럽게 마음의 속도를 낮춘다.
누워 있다는 것은 멈춤이 아니라, 내려놓음에 가깝다. 더 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하다는 자리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 앞에서는 누구도 급해지지 않는다. 사진을 찍던 사람도, 이야기를 나누던 가족도, 어느 순간 말을 줄이고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누운 부처 위로 봄이 지나간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681b58ca-b80b-4989-b26b-d341161ae6ab/00-legacy-cover-1394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