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내려앉자 춘천대교는 물 위에 긴 선을 긋기 시작했다. 낮에는 그냥 다리였던 것이, 어둠 속에서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깨어났다. 강물은 말없이 빛을 받아들였고, 보랏빛 원은 물속에 또 하나의 문을 만들었다.
춘천 소양강 춘천대교 야경(사진=최치선 기자)
별빛정원 전망데크에 서면 길은 강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다. 난간의 불빛은 발밑에서 작게 흔들리고, 멀리 이어진 가로등은 누군가 조심스럽게 놓아둔 별자리처럼 강 위를 건넌다. 바람은 차갑지만 날카롭지 않다. 오히려 하루의 소음이 천천히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춘천의 밤은 크지 않게 빛난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화려하게 소리치지 않고, 물결 사이에 색을 풀어놓고,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 잠깐 머문다.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서도 쉽게 돌아서지 못하는 건, 저 다리가 목적지가 아니라 마음이 건너가고 싶은 방향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별빛정원 끝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강은 어둠을 밀어내지 않고 품었고, 빛은 그 어둠 속에서 더 선명해졌다. 어떤 풍경은 눈으로 보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 오래 지나도 마음속에서 다시 켜진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춘천 밤에 열린 보랏빛 문](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acf91459-bee9-4cfe-95b3-e05f31210160/00-legacy-cover-1393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