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요쿨살론 빙하 호수 앞에서는 말이 먼저 얼어붙는다. 푸른 얼음은 바다도 아니고 산도 아닌 얼굴로 떠 있고, 흐린 하늘은 그 위에 낮게 내려앉아 오래된 침묵을 덮는다. 새 몇 마리가 검은 점처럼 날아가지만, 풍경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 얼음은 멈춘 것이 아니다. 먼 시간에서 떨어져 나와, 아주 천천히 사라지는 중이다. 단단해 보이는 것들도 언젠가는 금이 가고, 영원할 것 같은 것들도 제 무게를 견디다 어느 날 조용히 흘러간다.
나는 그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무엇을 잃었는지보다, 무엇을 붙들고 살았는지를 먼저 생각했다. 사람도 빙하와 닮아 있다. 겉으로는 단단한 척하지만, 안쪽 어딘가에서는 오래전의 슬픔이 조금씩 물이 되어 흐른다.
그럼에도 풍경은 아름다웠다. 사라지고 있어서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끝을 향해 가면서도 끝내 제 빛을 잃지 않는 것들. 푸른 얼음은 차갑게 빛났고, 그 차가움 속에서 나는 이상하게 따뜻한 마음 하나를 건져 올렸다.
여행은 때로 먼 곳을 보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서 천천히 녹고 있는 시간을 마주하는 일이다. 빙하는 말없이 떠 있었고, 나는 그 침묵 앞에서 오래 작아졌다. 돌아서는 순간에도 호수는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사라지는 것들이 우리에게 끝까지 남기는 마지막 인사처럼.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얼음은 녹아도, 시간은 남는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b8772e63-843c-433e-bb33-eea30bdc0d42/00-legacy-cover-1393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