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석회석을 캐내던 산에 라벤더가 피고, 그 보랏빛 정원 위로 작은 출렁다리가 놓인다. 강원 동해시 무릉별유천지가 6월 라벤더축제를 앞두고 산업의 흔적과 치유의 풍경을 잇는 새 보행 명소를 준비하고 있다.
강원 동해시가 무릉별유천지에 체험형 보행 시설인 ‘하늘바람 다리’를 조성한다. 6월 라벤더축제를 앞두고 라벤더정류장과 호수보라정원을 연결하는 케이블형 보도교다. 길이 65m, 폭 0.8m 규모의 미니 출렁다리로, 총사업비 2억원이 투입돼 5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하늘바람 다리는 크기를 앞세우는 대형 출렁다리와 결이 다르다. 높고 길게 뻗은 구조물로 사람을 끌어들이기보다, 라벤더 향과 바람, 호수의 빛, 채광 절벽의 질감을 천천히 느끼도록 설계된 걷는 콘텐츠다. 다리를 건너는 순간 방문객은 단순히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무릉별유천지가 품은 시간 위를 통과하게 된다.
무릉별유천지는 과거 석회석 채광지였다. 깎인 산과 절벽, 물이 고인 호수는 산업의 흔적이 남긴 풍경이다. 그 거친 지형 위에 라벤더 정원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동해의 대표적인 치유형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 폐광의 기억과 보랏빛 꽃밭이 공존하는 장면은 다른 관광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무릉별유천지만의 얼굴이다.
새로 놓이는 다리는 라벤더정류장과 호수보라정원을 잇는다. 라벤더 향을 따라 걷던 길이 호수 쪽으로 열리고, 방문객의 시선은 정원에서 물빛으로, 다시 채광 절벽으로 옮겨간다. 걷는 길 자체가 하나의 관람 동선이 되는 셈이다. 다리의 흔들림은 놀이기구의 자극보다 작지만, 그 작은 움직임이 오히려 주변 풍경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한다.
6월 라벤더축제를 앞둔 무릉별유천지는 보랏빛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라벤더축제는 6월 중순 무릉별유천지 일원에서 열렸고, 올해도 축제와 연계한 체험·전시·판매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다. 동해문화관광재단은 2026년 라벤더축제와 함께 ‘보라색’을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 참여자 모집도 진행하고 있다.
김순기 무릉전략과장은 “하늘바람 다리는 규모 경쟁이 아닌 콘텐츠 경쟁으로 전환되는 관광 흐름 속에서 공간의 이야기와 감성을 체험으로 구현한 사례”라며 “무릉별유천지만의 차별화된 보행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무릉별유천지의 봄과 여름은 폐광의 상처 위에서 피어난다. 라벤더는 그 자리를 보랏빛으로 덮고, 하늘바람 다리는 그 풍경 사이를 천천히 건너게 한다. 동해 여행은 이제 바다만 보러 가는 길이 아니다. 산업의 시간이 꽃으로 바뀌는 장면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하다.
[여행메모]
바람이 강한 날엔 다리 흔들림이 커진다. 편한 운동화는 필수다. 6월 동해는 낮엔 따뜻하고 아침·저녁은 서늘하다. 라벤더 개화 시기는 중순 이후가 가장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