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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서 기후해법을 보다

흑두루미 167마리에서 8600여 마리로

블루카본·습지복원·주민참여가 만든 녹색전환 현장

김보라 기자
순천만에서 기후해법을 보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순천만은 이제 관광지만이 아니다. 갈대와 갯벌, 흑두루미가 어우러진 이 습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가 어떻게 자연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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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으로 물든 갈대숲 탐방로를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제공=순천시)

여수에서 열린 ‘유엔기후협약 기후주간 및 녹색대전환 국제주간’ 현장 답사 일정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입기자단 30여 명이 지난 21일 순천만을 찾았다. 회의장에서 논의되던 녹색전환의 언어가 갯벌과 갈대밭, 철새의 날갯짓 속에서 실제 장면으로 펼쳐지는 자리였다.

 

순천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에 이름을 올린 대표 생태자산이다.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 처음으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넓은 갯벌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블루카본의 현장이며, 멸종위기종을 품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이날 기자단은 순천만의 갯벌 생태계와 블루카본, 습지복원 정책을 중심으로 순천시의 기후대응 전략을 살폈다. 순천시는 올해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 LG전자와 함께 순천만 갯벌에서 염생식물의 탄소흡수 능력을 검증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순천만 갯벌 약 1500㎡를 대상으로 염생식물 생장과 탄소흡수 효율을 살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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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습지의 갈대가 새순이 돋아나 초록빛 물결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제공=순천시)

성과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순천시는 철새 서식지 복원, 인근 농경지 친환경 농업 전환, 농경지 습지복원, 전봇대 철거와 인공시설 제거 등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 결과 2006년 167마리에 불과했던 흑두루미는 현재 8600여 마리까지 회복됐다. 갈대 사이로 돌아온 새들은 순천만 보전정책의 가장 분명한 증거가 됐다.

 

순천시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25년 국내 기초지자체 최초로 세계자연보전연맹 회원에 가입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자연기반해법을 강조하는 국제 자연보전 기구로, 순천시는 순천만 보전과 생태도시 정책을 국제무대에서 공유할 통로를 확보했다.

 

도시 안쪽의 변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순천시는 도심, 전이, 완충, 절대보존 구역으로 이어지는 공간관리체계를 바탕으로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을 잇는 도시생태축 복원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원은 도심의 생태 입구가 되고, 순천만은 도시가 지켜야 할 마지막 자연의 경계가 된다.

 

시 관계자는 “국제회의가 녹색전환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라면, 순천만은 그 방향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순천형 녹색전환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순천만의 힘은 거창한 구호보다 조용한 회복에 있다. 사라질 뻔한 새가 돌아오고, 훼손된 습지가 되살아나고, 도시는 자연 쪽으로 한 걸음 물러선다. 기후위기의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갈대가 흔들리는 순천만의 갯벌 위에 이미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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