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고창의 밤이 책장 넘기는 소리로 채워졌다. 새 도서관에 모인 군민들은 한 권의 책을 함께 읽는다는 일이 한 도시의 대화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올해 고창은 네 권의 책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독서의 온기를 지역 곳곳으로 넓혀간다.
고창군은 지난 16일 저녁 고창황윤석도서관 다목적강당에서 2026 ‘책 읽는 고창, 올해의 책’ 선포식을 열었다. 고창황윤석도서관 개관을 계기로 마련된 독서문화 캠페인으로, 모든 군민이 함께 읽고 공감할 책을 선정해 소통의 장을 넓히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올해의 책은 4개 분야에서 선정됐다. 일반문학 분야는 김신지의 『제철행복』, 비문학 분야는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청소년 분야는 최상희의 『늪지의 렌』, 어린이 분야는 루리의 『긴긴밤』이다. 고창군민 2424명이 온·오프라인 선호도 조사에 참여했고, 부문별 최다 득표 도서가 최종 올해의 책으로 확정됐다.
선포식에는 군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의 책 선포와 함께 청소년 분야 선정작 『늪지의 렌』의 최상희 작가에게 인증서가 전달됐고, 직접 참석하지 못한 작가들의 소감 영상도 상영됐다. 이어 일반문학, 비문학, 청소년, 어린이 부문별 선정 도서의 주요 문구 낭독이 진행되며 책이 품은 문장과 메시지를 함께 나눴다.
2부에서는 최상희 작가와의 만남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늪지의 렌』의 작품 세계와 창작 배경을 들으며 단순한 독서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책을 읽는 일이 작가의 고민을 듣고, 인물의 마음을 따라가며, 자기 삶의 언어를 다시 찾는 과정임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고창황윤석도서관은 이번 캠페인의 중심 무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재 황윤석의 이름을 딴 도서관은 고창의 지식문화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고창은 고인돌과 선운산, 청보리밭으로 잘 알려진 여행지지만, 이제는 책과 도서관을 따라 걷는 문화 여행의 얼굴도 갖춰가고 있다.
고창군은 앞으로 독서릴레이, 필사, 한 줄 감상평 작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책을 혼자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웃과 돌려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을 베껴 쓰고, 짧은 감상을 나누는 방식이다. 한 권의 책이 개인의 취향을 넘어 마을의 대화가 되는 구조다.
고미숙 고창군 문화예술과장은 “군민의 참여로 완성된 올해의 책이 이번 선포식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군민과 함께하는 독서문화를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책 읽는 도시는 조용하지만 깊다. 고창의 올해의 책 네 권은 세대와 관심사를 달리하는 군민들을 한 자리에 앉히는 작은 다리가 됐다. 여행자가 고창을 찾는 이유도 조금 넓어졌다. 꽃과 산, 바다와 유산을 지나 이제는 도서관에서 한 문장을 만나는 길도 고창 여행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