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박람회장 안쪽은 의외로 조용했다. 밖에서는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번졌지만, 경진대회장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는 한층 낮아졌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작은 이젤 앞에 앉아 있었다. 손끝에는 꽃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리본과 줄기, 글루건과 가위,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한 색들이 흩어져 있었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시간을 붙잡은 꽃이다. 생화의 부드러움을 간직한 채 오래 머무는 꽃. 그래서일까. 참가자들의 손놀림도 조심스러웠다. 누군가는 보랏빛 꽃잎을 한 겹 더 얹었고, 누군가는 하얀 섬유 사이에 작은 잎을 꽂았다. 꽃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멈춰 선 시간을 다시 세우는 일처럼 보였다.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진지하다. 대회라는 이름이 붙으면 공간은 금세 긴장한다. 그러나 그 긴장은 차갑지 않다. 꽃 앞에 앉은 사람들은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같은 계절을 건너는 동행자처럼 보인다. 말은 적고, 시선은 깊다. 가끔 고개를 숙이고, 다시 멀리서 작품을 바라본다. 꽃 한 송이의 방향이 전체 분위기를 바꾸고, 리본 한 줄의 곡선이 작품의 숨을 결정한다.
멀리 보이는 책장과 높은 천장, 행사장의 분주한 배경은 오히려 이들의 몰입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세상은 계속 움직이지만, 테이블 앞의 시간만은 천천히 흐른다. 손끝에서 꽃이 자리 잡고, 색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도록 조율된다. 화려함은 크게 외치지 않는다. 작은 꽃송이 하나가 제자리를 찾을 때, 그 안에서 조용한 완성이 시작된다.
꽃을 오래 보존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사람의 작은 저항인지도 모른다. 봄은 늘 빨리 지나가고, 꽃은 아무 말 없이 시든다. 그러나 사람은 그 짧은 시간을 그냥 보내지 못한다. 말려두고, 다듬고, 다시 배치하고, 오래 바라볼 수 있는 형태로 남긴다. 프리저브드 플라워컵 경진대회장은 그런 마음들이 모인 자리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완성작보다 과정이었다. 집중한 얼굴, 손끝에 묻은 긴장, 꽃을 향해 숙인 어깨, 조금씩 작품이 되어가는 테이블 위의 작은 풍경들. 꽃은 참가자들의 손을 거치며 다시 피고 있었다. 시들지 않는 꽃이 아니라, 누군가의 정성으로 한 번 더 살아나는 꽃이었다.
고양국제꽃박람회가 보여주는 봄은 야외의 화려한 꽃길에만 있지 않았다. 실내 한쪽, 조용한 테이블 위에서도 봄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꽃을 오래 남기려는 사람들. 그 마음까지 함께 보존되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