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주방의 엄격한 위계질서 대신 창의적인 칼질 소리가 정막을 깼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호텔 업계 최초로 시도한 셰프 경연 대회, ‘메리어트 K 고메 레이스’가 그 베일을 벗었다. 스승이자 선배인 ‘존경하는 셰프’의 요리를 자신만의 문법으로 재해석하라는 파격적인 과제 앞에 젊은 조리사들이 뜨거운 불꽃을 튀겼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지난 4월 22일 삼성웰스토리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열린 ‘메리어트 K 고메 레이스(Marriott K-Gourmet Race)’ 1차 경선을 성황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국내 17개 메리어트 호텔에서 총 22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셰프 2인과 마케팅 담당자 1인이 한 팀을 이룬 독특한 구성으로 시작 전부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첫 관문의 주제는 ‘존경하는 사람의 요리를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기’였다. 참가자들은 미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삼아, 영감을 준 선배 셰프의 대표 메뉴나 조리 기법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했다.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원형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야 하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심사위원단의 면면도 화려했다. 한식 연구가이자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한국·대만 의장을 맡고 있는 최정윤 의장, 한국 프렌치 요리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레스쁘아’의 임기학 셰프, 그리고 미쉐린 2스타 ‘알라 프리마’의 김진혁 셰프가 심사위원석에 앉았다. 이들은 요리의 완성도는 기본이고, 스토리가 어떻게 접시에 구현되었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결선행 티켓을 거머쥔 팀은 세 팀이다. ▲알로프트 서울 명동의 ‘불리 노바’는 전통 육류 요리에 현대적 미감을 덧입혀 깊은 풍미를 끌어냈고,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부산 송도 비치의 ‘부산다이닝’은 지역적 특색과 글로벌 트렌드를 영리하게 결합했다는 평을 받았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명동의 ‘플라이투더스카이’는 익숙한 재료에 예상치 못한 기술적 변주를 주어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경연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오는 6월 19일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리는 결선은 고객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하는 ‘갈라 디너’ 형식으로 치러진다. 미식의 수동적 소비자에 머물던 고객이 직접 셰프의 철학을 평가하는 심판관이 되는 셈이다. 갈라 디너 티켓은 오는 5월 19일부터 캐치테이블을 통해 선착순 100석 한정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대회를 기획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배병주 상무는 “이번 레이스는 젊은 셰프들의 잠재력을 깨워 차세대 미식 인재를 육성하고, K-미식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여정”이라며 “앞으로도 개별 호텔의 벽을 넘어 한국의 맛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수준 높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호텔 주방의 문턱을 낮추고 셰프들의 진심을 접시 위에 올린 이번 프로젝트는 럭셔리 다이닝 시장에서 메리어트만의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선에서 우승한 메뉴는 향후 실제 호텔 식음 프로모션을 통해 대중에게 정식으로 소개될 계획이다.
[여행수첩]
국내 호텔 셰프들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곧 대중 앞에 공개된다. 결선의 무대가 될 갈라 디너는 6월 19일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열린다. 5월 19일 오전, 캐치테이블 앱을 열고 광클 준비를 하자. 딱 100명에게만 허락된 자리다. 셰프들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요리를 직접 맛보고 투표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우승팀의 요리가 나중에 어느 호텔 메뉴판에 오를지 미리 점쳐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