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표준시
전국날씨날씨 불러오는 중…
2010.5~현재 · 누적 방문자 집계 중

이 기사를 다른 언어로 읽어보세요

트래블아이에서 저장한 영어·일본어·중국어 번역본을 언어별 주소로 불러옵니다.

포토에세이

[포토에세이] 꽃은 시간을 데리고 온다

최치선 기자
[포토에세이] 꽃은 시간을 데리고 온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4월 24일, 고양의 봄이 일산호수공원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2026고양국제꽃박람회가 개막하자 공원은 거대한 정원이 됐다. 25만㎡의 공간에 1,000여 종, 1억 송이의 꽃이 피었다. 숫자로는 쉽게 가늠되지 않는 규모다. 그러나 현장에 서면 알게 된다. 

 

1-2. .jpg
2026고양국제꽃박람회, 4월 24일 개막(제공=고양시)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것은 붉은 장미다. 둥글게 모인 꽃다발 앞에서 연인은 휴대전화를 들고 서로의 웃음을 찍는다. 꽃은 배경이지만, 동시에 그날의 기분이 된다. 장미의 붉은빛은 고백처럼 선명하고, 카메라 속 얼굴은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박람회장은 꽃을 보는 곳이면서 사람의 표정이 피어나는 곳이다.

 

실내 전시장에는 낯선 튤립들이 조용히 서 있다. 연분홍빛 가장자리를 두른 꽃, 하얀 꽃잎 끝에 푸른색이 스민 꽃은 익숙한 튤립의 모습을 살짝 비껴간다. 이름을 몰라도 괜찮다. 꽃 앞에서는 설명보다 감탄이 먼저 나온다. 희고 연한 꽃잎의 결을 들여다보다 보면, 봄이 얼마나 섬세한 방식으로 색을 입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1-3. .jpg
2026고양국제꽃박람회, 4월 24일 개막(제공=고양시)

밖으로 나오면 풍경은 더 커진다. 일산호수공원 곳곳에 조성된 정원은 축제의 무대가 된다. 주제 정원인 ‘시간여행자의 정원’

을 비롯해 ‘펭수의 꽃놀이 정원’, ‘추억의 골목 정원’까지 걸음마다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꽃으로 만든 거대한 조형물과 색색의 화단, 반짝이는 장식 사이로 관람객들은 천천히 걷는다. 아이들은 먼저 뛰고, 어른들은 뒤에서 사진을 찍는다.

 

꽃박람회의 매력은 화려함에만 있지 않다. 꽃은 사람에게 잠시 멈추는 법을 가르친다. 바쁜 걸음도 꽃 앞에서는 느려지고, 무심했던 눈길도 색을 따라 머문다. 누군가는 장미 앞에서 사랑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튤립 앞에서 오래된 봄날을 기억한다. 꽃은 오늘의 장면을 만들면서 동시에 지나간 시간을 불러낸다.

 

1-5. .jpg
2026고양국제꽃박람회, 4월 24일 개막(제공=고양시)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그래서 하나의 거대한 봄 편지 같다. 1억 송이의 꽃이 한꺼번에 말하는 것은 화려한 축제의 규모가 아니다.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것, 계절은 돌아오고 사람은 그 안에서 조금씩 위로받는다는 것이다. 일산호수공원에 내려앉은 꽃의 시간은 지금 가장 환하다. 봄을 놓쳤다고 생각한 사람에게도, 아직 충분히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KEEP EXPLORING

이어서 읽을 여행기사

검색하거나 + 버튼을 눌러 같은 섹션의 기사를 계속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