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꽃은 꼭 축제장 안에서만 피지 않는다. 표를 끊고 들어가는 박람회장보다 먼저, 도시의 첫인상은 길에서 시작된다. 고양 덕양구가 올해 내놓은 풍경도 그렇다. 시청 앞과 대로변, 역 주변과 생활권 곳곳에 화사한 꽃길을 깔아 시민이 오가는 일상 자체를 하나의 봄 축제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박람회장 문턱을 넘지 않아도, 차창과 보행길 사이로 이미 고양의 봄은 시작된다는 뜻이다.
고양특례시 덕양구는 이달부터 11월까지 ‘2026년 덕양구 꽃길 조성 및 유지관리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총 3억 원을 들여 원당로, 중앙로, 화중로, 어울림로, 능곡역 일대에 이어 동산동 동송로와 행신역까지 구간을 넓혔다. 웨이브페튜니아와 마가렛 등 봄꽃 약 8만2000본을 화분 형태로 식재해 도심 주요 축을 생동감 있는 꽃길로 바꿀 계획이다. 행사장 한 곳을 꾸미는 데서 멈추지 않고, 도시 전체를 무대처럼 다듬는 방식이어서 더 눈에 띈다.
시선이 가는 대목은 타이밍이다.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가 4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일산호수공원 일원에서 열리고, 올해 꽃박람회에는 국내외 25개국 200여 개 화훼 기관과 업체가 참여한다. 꽃의 도시라는 고양의 이미지는 이미 강하지만, 덕양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축제의 설렘을 행사장 밖 일상 풍경까지 끌어내리려 한다. 꽃박람회를 보기 위해 찾은 방문객이 도로와 골목, 역 주변에서도 같은 계절의 결을 느끼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고양의 봄이 일산호수공원에서만 머무는 것도 아니다. 시는 올해 상반기 꽃박람회에 이어 행주산성 일대의 행주문화제, 강매석교공원의 유채꽃 경관 등 덕양권의 계절 자원을 함께 키우고 있다. 시가 공개한 연간 축제 계획에는 덕양구 강매석교공원 2만7000㎡ 부지에 5월 유채꽃, 10월 코스모스가 조성된다고 적혀 있다. 도시 브랜드를 한 번의 대형 행사에만 걸지 않고, 생활권 풍경과 지역 명소를 엮어 계절별 여행 동선을 만드는 셈이다.
이번 사업은 주민 참여 폭도 넓혔다. 각 행정복지센터에 초화류 2만2000여 본을 지원해 주민과 주민자치회, 유관 단체가 생활권 경관 조성에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행정이 꽃을 심고 시민이 지켜보는 방식이 아니라, 사는 동네를 함께 가꾸는 정원형 도시 모델에 가깝다. 덕양구가 밝힌 “사는 도시가 곧 정원이 되는 경험”이라는 표현도 그래서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고양의 경쟁력은 거대한 축제를 열 수 있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분위기를 시민의 일상 가까이까지 번지게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