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이번 주말 충북 음성의 풍경은 조금 다르게 흔들릴 듯하다. 들판과 저수지, 마을길을 스쳐 지나던 봄바람 사이로 전국의 러너들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20주년을 맞은 반기문마라톤은 이제 군 단위 체육행사를 넘어, 해마다 도시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봄 축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4월 26일 오전 9시, 출발선은 음성종합운동장이다.
올해 열기는 유난히 뜨겁다. 공식 홈페이지 기준 모집 규모는 8000명이었지만 실제 신청자는 1만1546명까지 불어났다. 풀코스 1002명, 하프 1820명, 10㎞ 3833명, 4.2㎞ 건강달리기 4891명이 접수했고, 풀·하프·10㎞는 접수 시작 8일 만에 마감됐다. 외지 참가자 비율도 80.4%, 9281명에 달해 음성이 하루짜리 전국 러닝 목적지로 변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게 됐다.
이 대회의 매력은 기록 경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음성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고장이라는 상징을 대회 안에 오래 품어왔다. 공식 관광 안내에서도 반기문마라톤은 유니세프 기금 모금과 연결된 행사로 소개된다. 달리기 뒤에 평화와 나눔의 의미를 겹쳐 놓은 점이 이 대회를 조금 특별하게 만든다. 속도보다 메시지가 오래 남는 레이스인 셈이다.
코스의 표정도 좋다. 대회 홈페이지는 음성을 “평화의 도시”이자 “벚꽃길을 달리는 감동의 레이스”로 내세운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음성종합운동장을 출발해 음성군 일원을 가로지르며 각 종목별 코스를 달린다. 기록을 노리는 주자에게는 완급이 살아 있는 도로가, 가족 단위 참가자에게는 부담을 낮춘 4.2㎞ 건강달리기가 기다린다. 달리는 사람마다 다른 리듬으로 봄의 음성을 통과하게 되는 셈이다.
대회는 도시 구경의 핑계가 되기에도 충분하다. 음성군은 반기문평화기념관을 비롯해 평화랜드, 생가, 비채길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념관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열고, 관람료는 무료다. 레이스를 마친 뒤 땀을 식히며 음성의 상징 공간까지 돌아보면, 하루 일정이 꽤 단단해진다. 스포츠 행사가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순간이다.
안전 준비도 일찌감치 들어갔다. 군은 참가자와 자원봉사자 전원 스포츠안전보험 가입, 주요 지점 구급차 배치 등 현장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행사도 열리며 막바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결국 대회의 품격은 운영에서 갈린다. 음성이 이번 20주년 대회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일 것이다.
반기문마라톤의 출발선은 운동장에 놓이지만, 도착점은 꼭 기록표 안에만 있지 않다. 어떤 이는 순위를 위해 달리고, 어떤 이는 가족과 봄날의 한 장면을 남기기 위해 뛴다. 유난히 많은 사람이 올해 음성으로 몰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잘 만든 마라톤 하나가 도시를 여행지로 바꾸는 순간, 음성의 4월은 단순한 체육행사를 넘어 하나의 계절 풍경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