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서울이 이번엔 럭셔리 여행의 무대로 떠올랐다. 세계 최고급 여행 네트워크 버츄오소의 핵심 국제행사인 ‘2026 버츄오소 심포지엄’이 동북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면서다. 콘래드 서울을 중심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58개국 버츄오소 회원사 대표급 의사결정권자 350여 명이 모였다. 한국 관광이 양보다 질, 방문객 수보다 체류 가치로 방향을 틀고 있음을 단숨에 보여준 장면이었다.
버츄오소는 58개국에 걸쳐 2만2000여 명의 럭셔리 관광 전문가가 연결된 글로벌 네트워크다. 한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순한 쇼핑 목적지가 아니라, 문화와 미식, 뷰티와 예술, 역사와 분단의 현장까지 한 나라 안에서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고급 여행지라는 인상을 정면으로 내세웠다. 세계 럭셔리 관광 시장이 2032년까지 연평균 8.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흐름 속에서, 이번 서울 개최는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행사 구성도 분명했다. 보여주기식 환대에 그치지 않고 한국이 가진 결을 직접 체험하게 했다. 행사 기간 동안 럭셔리 관광 설명회와 국내외 업계 간 비즈니스 미팅, 상품개발 팸투어가 이어졌고, 17일에는 K-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 체험이 마련됐다. 외국 고급 여행업계 리더들이 거울 앞에 앉아 한국식 맞춤 뷰티 서비스를 직접 경험한 장면은, 지금 한국이 무엇으로 세계 여행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18일 진행된 팸투어는 한국 관광의 폭을 더 또렷하게 드러냈다. 원주 뮤지엄 산, 수원 화성, 파주 DMZ 등 모두 17개 코스로 나뉘어 참가자들을 맞았다. 한쪽에서는 건축과 자연, 사유가 만나는 공간을 보여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조선의 성곽과 분단의 긴장감을 함께 꺼내 보였다. 서울의 호텔 ballroom 안에서 한국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장소 자체를 럭셔리 콘텐츠로 제시한 셈이다.
환영만찬도 한국의 결을 세심하게 살렸다. 서울시무용단의 ‘미메시스’ 공연이 무대를 열었고, 사찰음식 명장 선재스님의 시연이 뒤를 이었다. 화려함만 앞세운 서양식 럭셔리 대신 절제와 미감, 수행의 시간까지 담아낸 식문화와 공연을 앞세운 점이 인상적이다. 비싼 객실과 전용 차량이 아니라, 한국만의 미와 맛이 고급 관광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읽혔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무게는 심포지엄 자체보다 그 다음에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버츄오소와 전 세계 국가관광기구 가운데 처음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2029년까지 ‘디스커버 럭셔리 코리아’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한다. 관광 데이터 공유, 시장 분석, 고객 특성에 맞춘 상품 개발을 함께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럭셔리 특화 상품 50개 이상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 번의 국제행사로 끝나는 유치가 아니라, 실제 방한 수요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포석이다.
기대효과도 적지 않다. 이번 심포지엄 개최와 파트너십 체결을 계기로 향후 5년간 최소 4135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이번 행사를 “한국 관광이 질적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고 짚었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많이 오는 관광객보다 오래 머물고 깊게 소비하는 여행객, 익숙한 서울만 훑고 가는 여행보다 지역의 이야기와 취향을 따라 움직이는 여행객을 한국이 본격적으로 붙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서울 심포지엄은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니었다. 한국이 이제 럭셔리 관광에서도 변방이 아니라는 선언에 가까웠다. K-뷰티와 사찰음식, 예술과 역사, DMZ와 지역 콘텐츠가 한 자리에 묶이면서 한국 여행의 결은 더 깊어졌다. 세계 여행시장의 큰손들이 서울에서 본 것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한국만이 꺼낼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의 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