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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영월, 젊은 달의 Y파크

붉은 대숲을 지나면, 마음도 잠시 멈춘다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영월, 젊은 달의 Y파크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영월 젊은달의 Y파크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은 것은 거대한 붉은 대나무 조형물이었다. 멀리서 보면 바람을 머금은 하나의 생명체 같고, 가까이 다가서면 수천 개의 붉은 결이 하늘을 향해 몸을 세운 숲처럼 보인다. 나는 그 앞에서 한동안 걸음을 늦췄다. 빨강은 원래 뜨거운 색인데, 이상하게도 이곳의 붉음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보다 오히려 조용히 가라앉힌다. 강렬한 색이 이렇게 깊은 침묵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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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젊은 달의 Y파크 입구 붉은 대나무 조형물(사진=최치선 기자)

 

조형물 안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들어가면 세상이 갑자기 좁아진다. 양옆을 가득 채운 붉은 대나무 사이로 하늘이 가늘게 열리고, 발밑에는 발자국 모양이 이어진다. 누군가 먼저 걸어간 자리 같기도 하고, 지금 이 길을 걷는 사람에게 망설이지 말라고 건네는 작은 신호 같기도 하다. 여행은 늘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길 위에서는 오히려 내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밖으로 향하던 시선이 안으로 접히고, 복잡하게 흩어졌던 생각들이 붉은 숲의 결을 따라 천천히 한 방향으로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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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젊은 달의 Y 파크 붉은 대나무 조형물(사진=최치선 기자)

 

붉은 조형물 끝에서 시야가 열리면 풍경은 또 한 번 표정을 바꾼다. 강렬한 붉음 너머로 영월의 산세와 하늘이 펼쳐지고, 그 사이에 놓인 고요가 오래 눈에 남는다. 자연은 대개 있는 그대로 아름답지만, 사람의 손으로 만든 구조물이 자연과 만날 때 전혀 다른 감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곳이 그랬다. 산은 산대로 묵묵하고, 하늘은 하늘대로 넓은데, 그 사이에 솟아오른 붉은 대나무 숲은 마치 인간의 열망이나 기억, 혹은 쉽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의 결을 형상화한 것처럼 느껴졌다.

 

사진을 찍기 위해 셔터를 누르다가도 자꾸 멈추게 됐다. 눈앞의 장면이 단지 예뻐서가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울림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공간은 지나간 뒤 금세 잊히지만, 어떤 공간은 사람 안에 작은 픙경 하나를 남긴다. 영월 젊은달의 Y파크, 그 붉은 대나무 조형물은 내게 그런 장소였다. 뜨겁게 서 있으면서도 조용했고, 화려하게 보이면서도 끝내 쓸쓸했다. 그래서 더 오래 바라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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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젊은 달의 Y파크 입구에 있는 붉은 대나무 조형물 (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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