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여행지는 멀리 있는 곳만 뜻하지 않는다. 오래 살아온 동네의 산과 물, 시장과 길도 어느 날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포천시가 지난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시니어 대상 교육 프로그램 ‘포천 그리고 내 인생의 명승지’를 올해도 이어간다. 이번 프로그램은 4월 17일 가산면 노인대학을 시작으로 9월 말까지 진행되며, 관인면·영북면·영중면·가산면 등 포천 지역 노인대학 4개교, 모두 248명이 참여한다. 누적 참여 예정 인원은 744명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은 포천역사문화관과 건립이 추진 중인 포천시립박물관의 취지를 현장 교육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포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명승지를 배우고 체험하면서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신의 삶까지 돌아보게 하는 방식이다.
특히 올해는 원거리 소외 지역에 거주하는 시니어를 중심으로 운영 범위를 넓혔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포천에서 문화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시니어가 지역 문화의 적극적인 해석자로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포천시는 2023년 경기 북부 최초로 WHO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바 있고, 포천시립박물관 건립도 올해 경기도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평가를 통과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결국 ‘내가 사는 곳을 다시 배우는 일’에 있다. 포천은 생각보다 훨씬 다층적인 도시다. 산정호수는 사계절 다른 표정으로 사랑받는 국민관광지이고,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진 채석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꿔낸 대표 사례다. 한탄강 일대는 세계지질공원으로서 협곡과 주상절리, 폭포가 이어지며 도시의 풍경을 한층 입체적으로 만든다. 비둘기낭폭포는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지정돼 있고, 주변의 한탄강둘레길과 함께 포천을 대표하는 절경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장소들은 젊은 여행자에게는 여행지지만, 포천의 시니어에게는 삶의 시간을 겹겹이 쌓아온 기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교육은 단순한 문화복지 프로그램보다 조금 더 깊다. 수업은 포천의 역사와 명승을 배우는 강의와 체험으로 진행된다. 눈으로 보던 풍경에 역사와 이야기를 덧입히고, 익숙했던 장소를 낯설게 다시 보게 만드는 과정이 핵심이다. ‘내 인생의 명승지’라는 제목이 붙은 것도 그래서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 자신의 삶과 연결해 포천의 장소성을 다시 해석하도록 돕는 구조다. 지역 문화유산을 행정이 설명하고 시민이 듣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 스스로 기억과 체험을 통해 지역의 의미를 다시 말하는 방식에 가깝다.
포천은 원래도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산정호수와 명성산, 포천아트밸리, 허브아일랜드, 국립수목원, 백운계곡, 한탄강 하늘다리와 비둘기낭폭포까지 관광 자원만 놓고 봐도 경기 북부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하지만 잘 알려진 명소가 많다는 것과, 그 도시의 주민이 자기 고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일은 조금 다르다.
이번 프로그램이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그 간극을 메우기 때문이다. 포천의 명승을 외지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전에, 먼저 그곳에 오래 살아온 시민이 다시 만나고 이해하도록 돕는 일. 박물관 건립의 필요성과 문화 포용성을 시민 눈높이에서 풀어내는 데도 이런 접근이 훨씬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포천시 관계자는 시니어 대상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 포용성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말은 결국 포천의 명승이 단순한 풍경에 머물지 않고, 사람을 잇는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행이 꼭 멀리 떠나는 일만은 아니라면, 이번 프로그램은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가장 깊은 여행일 수 있다. 낯선 곳을 보는 즐거움이 아니라, 익숙한 곳을 새롭게 보는 기쁨. 포천이 시니어들과 함께 시작한 이 수업은 바로 그 감각을 되살리는 시간에 가깝다.
포천의 명승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다만 그 아름다움이 더 오래 남으려면, 관광지의 이름으로만 불리는 데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오래 살아온 시민의 기억과 배움 속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한 도시의 풍경은 유산이 된다. ‘포천 그리고 내 인생의 명승지’는 그 점에서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을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느린 여정에 가깝다. 포천이 지금 세우려는 박물관의 출발점도 결국 이런 공감과 기억 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