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경기도가 관광지를 넘어 ‘행사를 부르는 도시’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회의와 전시, 포상관광을 묶는 마이스 시장에서 경기도의 이름이 더 자주, 더 크게 불리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와 자카르타를 잇는 이번 일정은 단순한 해외 홍보가 아니라, 경기도를 아시아태평양 마이스 지형도 안에 선명하게 찍어 넣는 장면에 가까웠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4월 14일부터 17일까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마이스 박람회와 로드쇼에 잇달아 참가했다. 첫 무대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엑스포에서 열린 ‘2026 미팅쇼 아시아퍼시픽’이었다. 2024년 신설된 이 박람회는 올해 72개국 297개 기관이 참여한 대형 B2B 행사로 커졌고, 사전 예약 기반 1대1 상담 중심으로 운영되며 아시아태평양 마이스 업계의 핵심 접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장에서는 숫자보다 분위기가 먼저 움직였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경기관광마이스얼라이언스 소속 기관들과 함께 한국관광공사 한국관 내 공동 홍보부스를 꾸렸고, 고양컨벤션뷰로와 수원컨벤션센터 등 도내 기관들이 힘을 보탰다. 국제 학술행사와 다국적 기업회의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상담은 155건. 광산업계 국제행사와 글로벌 기업 미팅 수요까지 폭넓게 접촉하며 경기도가 노리는 시장의 결이 한층 또렷해졌다.
경기도의 강점은 넓고 큰 전시장만이 아니다. 도시의 개성을 행사 경험으로 바꾸는 유니크베뉴, 지속가능성을 앞세운 운영 방식, 그리고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지역별 색깔이 분명한 관광 동선이 함께 묶일 때 경쟁력이 살아난다. 경기 마이스 홍보 자료는 유니크베뉴가 단순한 장소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 풍경을 담는 메시지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전형적인 회의실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장소에서 행사가 열릴 때 도시도 함께 각인된다는 뜻이다.
받쳐주는 기반도 만만치 않다. 고양은 킨텍스를 중심으로 국내 최대 규모 전시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고양시 공개 자료에는 킨텍스 제1·2전시장 전시면적이 10만8000㎡에 이르고, 제3전시장 건립이 더해지면 총 17만8000㎡ 규모로 확대되는 청사진이 담겨 있다. 여기에 고양컨벤션뷰로와 마이스 육성센터, 집적시설 지원이 더해지며 행사를 유치하고 키우는 생태계가 함께 자라고 있다.
이번 출장의 성과도 가볍지 않았다. 자카르타 로드쇼까지 이어진 네트워킹 끝에 멕시코 기반 쥬얼리 그룹 ‘나이스 드 멕시코’의 2027년 350명 규모 인센티브 그룹 방한 의향을 끌어냈다. 한 번의 행사 유치는 단순한 방문객 숫자로 끝나지 않는다. 숙박과 교통, 쇼핑과 식음, 지역 관광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이는 고부가가치 수요라는 점에서 마이스는 가장 실속 있는 여행산업으로 꼽힌다.
결국 마이스 유치는 도시의 체급을 보여주는 또 다른 방식이다. 누가 더 넓은 공간을 가졌는가보다, 누가 더 오래 기억될 경험을 설계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경기도가 이번 동남아 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바로 그 가능성이었다. 회의실 밖으로 한 걸음 더 나간 도시, 전시장 바깥의 풍경까지 상품으로 만드는 도시. 경기도의 다음 여행 경쟁력은 어쩌면 관광지가 아니라 행사장에서 먼저 완성될지 모른다.
여행은 이제 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머무르고, 만나고, 연결되는 경험이 도시의 가치를 다시 쓴다. 경기도가 아시아 마이스 시장에서 발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을 불러 모으는 힘, 그리고 그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힘.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증명할 수 있다면 경기도는 관광지를 넘어 아시아의 중요한 마이스 목적지로 더 빠르게 올라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