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좋은 여행지는 풍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디서 쉬고, 무엇을 묻고, 어떻게 환영받는지가 여행의 기억을 바꾼다. 강원 태백이 이번엔 운탄고도1330을 중심으로 관광 서비스 경쟁력 강화 사업에 이름을 올리며, ‘보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강원관광재단이 태백시, 지역주민, 관광업체와 손잡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6년 지역 주도형 관광서비스 경쟁력 강화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지난해 강릉에 이어 올해 태백까지 연속 선정되면서, 강원 관광이 단순한 명소 개발을 넘어 현장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이번 사업은 지역이 스스로 관광서비스의 문제를 찾고, 직접 해법을 만들어 우수사례로 확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정 기관은 최대 3년간 국비 지원을 받으며, 강원관광재단은 올해 1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이번 사업의 핵심 무대는 운탄고도1330 태백구간이다. 태백은 이미 ‘산소도시’라는 이름 아래 고원 900 산소길, 탄탄대로, 두문동재 분주령 같은 걷기 자원을 갖춘 도시다. 여기에 운탄고도 같은 산업유산형 길까지 겹치면서, 태백의 여행은 점점 ‘높은 곳의 풍경’에서 ‘천천히 머무는 길’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길이 좋다고 여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식당, 카페, 숙소, 안내체계와 같은 접점이 받쳐주지 못하면 체류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태백이 이번 사업에서 바로 그 부분을 손보기 시작한 셈이다.
재단은 앞으로 운탄고도1330을 비롯한 태백 주요 관광 동선상의 업소를 대상으로 환대서비스 교육을 벌이고, 관광두레 기반 지역관광 협의체 운영, 주민 주도 체험 프로그램 개발, 현장 안내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광객에게는 더 친절하고 편리한 여행 환경이 만들어지고,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관광 수익이 더 오래 남는 구조가 기대된다. 보는 것만 많은 도시보다, 쉬고 묻고 먹는 모든 순간이 부드러운 도시가 결국 다시 찾게 되는 법이다. 태백이 겨냥하는 변화도 그 지점에 있다.
태백은 원래 이야기할 것이 많은 도시다.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은 도심 한가운데서 태백의 시작을 보여주고, 구문소는 물이 산을 뚫고 지나간 드문 지형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 검룡소는 한강 발원지의 상징성을 품고 있고, 석탄박물관과 철암 일대는 산업도시 태백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최근 태백시는 봄 여행상품에도 구문소, 석탄박물관, 황지연못 같은 코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명소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 태백이 바꾸려는 것은 그 명소들을 잇는 여행의 결이다.
이 변화는 태백의 도시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태백은 한때 석탄산업의 상징이었고, 지금은 고원 관광도시로 전환을 모색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의 관광 경쟁력은 화려한 새 건물 하나보다, 기존의 풍경과 산업유산, 주민의 삶을 어떻게 여행자와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걷는 길에서 친절이 살아나고, 마을 체험이 살아나고, 업소의 응대가 달라지면 태백 여행은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지역주민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 업소가 관광의 얼굴이 되는 구조는 결국 태백의 지속 가능성을 키우는 방향이기도 하다.
강원관광재단 최성현 대표이사는 “지역 현장의 서비스 경쟁력이 곧 강원 관광의 글로벌 경쟁력”이라며 “태백시가 지역주민, 관광업체와 함께 환대 문화를 만들어 일류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태백 관광의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또렷하게 보여준다. 절경을 보여주는 도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통해 기억되는 도시가 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번 사업은 태백의 관광 자원에 서비스 경쟁력을 더해 체류형 관광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운탄고도1330과 주요 관광 동선의 현장 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달라질지, 태백이 고원 관광도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