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5월의 김제는 꽃보다 먼저 들판으로 사람을 부른다. 새만금 바람을 머금은 초록 보리밭이 다음 달 다시 열리면서, 봄 여행의 시선이 전북 서해안 끝자락으로 쏠리고 있다. 7㏊ 보리밭 위로 걷고, 만들고, 먹는 축제가 사흘간 펼쳐진다.
전북 김제시가 ‘2026 진봉 새만금 보리밭 축제’를 5월 1일부터 3일까지 진봉면 새만금 원예단지에서 연다. 축제의 무대는 새만금 간척지에 조성된 7㏊ 규모 청보리밭이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초록 결이 한 방향으로 눕고, 다시 일어서는 풍경이 이곳의 가장 큰 볼거리다. 김제가 봄마다 이 축제를 여는 이유도 결국 그 장면 하나에 있다. 넓은 들판을 걷는 일만으로도 계절의 한복판에 들어선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행사 프로그램도 단순한 꽃구경식 축제와는 결이 다르다. 보리밭 사잇길 걷기와 ‘황금보리를 찾아라’ 같은 현장형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연날리기와 바람개비 만들기, 보리 라테 만들기 같은 가족 체험도 함께 열린다. 보리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와 지역 농가가 직접 참여하는 농특산물 판매장도 들어선다. 걷고, 맛보고, 손으로 만들어보는 구성이어서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게도 머물 이유가 분명하다.
이번 축제의 힘은 배경에도 있다. 진봉면 일대는 새만금 바람길과 새만금광역탐방로가 이어지는 곳이다. 만경강 제방길을 따라 조성된 탐방로는 망해사와 심포항으로 연결돼 축제 전후로 둘러보기 좋다. 특히 망해사는 서해를 굽어보는 절집으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 시간대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심포항은 김제의 바다 쪽 표정을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곳이어서 보리밭의 초록과 항구의 저녁빛을 하루 동선으로 엮기 좋다.
그래서 이 축제는 단순히 ‘들판 행사’로만 읽히지 않는다. 김제는 원래 지평선의 도시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막힘없이 펼쳐진 시야, 사람보다 먼저 움직이는 바람, 그리고 넓은 땅이 주는 해방감이 있다. 진봉 새만금 보리밭 축제는 그런 김제의 풍경 자산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다. 화려한 시설보다 계절의 색과 결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무료 입장이 기본이어서 가볍게 다녀오기 좋고, 일부 체험만 유료로 운영된다.
김제시 관계자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먹거리도 푸짐하게 준비할 계획”이라며 “푸른 보리밭길을 걸으며 봄날의 추억을 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제장의 진짜 매력은 아마도 거창한 문장보다 현장에서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은 뛰고, 어른들은 사진을 찍고, 들판은 바람에 흔들릴 것이다. 5월 초 김제의 봄은 그렇게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사람을 붙잡는다.
보리밭은 늘 비슷해 보이지만, 해마다 다른 바람과 다른 빛을 품는다. 이번 김제 진봉 새만금 보리밭 축제는 초록 들판을 배경으로 걷기와 체험, 먹거리를 함께 묶은 봄철 체류형 행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휴 초입, 멀리 가지 않고도 계절의 깊이를 만지고 싶다면 김제의 보리밭이 먼저 떠오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