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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벚꽃 끝나도, 경주 황성동엔 꽃길이 남는다

봄 튤립부터 여름·가을 꽃경관까지 담은 ‘꽃길지도’ 제작

기존 꽃길 정비·연장하고 주요 거점에 새 꽃단지 조성

김보라 기자
벚꽃 끝나도, 경주 황성동엔 꽃길이 남는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꽃은 축제장에서만 피지 않는다. 경주 황성동은 주민이 오가는 생활권 곳곳에 계절 따라 이어지는 꽃길을 만들고, 그 길을 한눈에 보여주는 ‘꽃길지도’까지 꺼내 들었다. 봄 튤립으로 시작해 여름과 가을까지 이어지는 동네 산책이 이제는 지도 한 장으로 더 선명해질 분위기다.

 

2. 황성동)\'발길 닿은 곳마다 꽃길\' 지도 사진.jpg
황성꽃길지도(제공=경주시)

 

경주의 봄은 늘 관광지에서 먼저 주목받아 왔다. 대릉원 돌담길과 보문단지, 벚꽃이 흐드러진 명소들이 먼저 화면에 오른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황성동이 주민 생활권 곳곳에 꽃길을 이어 붙이는 ‘발길 닿는 곳마다 꽃길’ 조성 사업에 나서면서, 꽃은 더 이상 특정 명소의 전유물이 아니라 동네를 걷는 일상 그 자체가 되고 있다. 집 앞을 나서고, 장을 보고,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가는 길 위에 계절의 색을 심겠다는 발상이다.

 

이번 사업은 기존 꽃길을 손질하고 길이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요 거점마다 새로운 꽃길과 꽃단지를 더해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꽃을 마주하도록 짰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꽃길지도’다. 황성동 전역의 주요 꽃길 위치와 계절별 개화 시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이 지도에는 봄 튤립을 시작으로 여름과 가을까지 이어지는 꽃경관 정보가 담겼다. 어느 시기에 어디로 걸어가면 어떤 꽃을 만날 수 있는지, 동네 산책길이 훨씬 또렷하게 그려지게 된 셈이다.

 

황성동은 4월 중순 튤립 개화 시기에 맞춰 꽃길지도를 활용한 홍보를 본격 시작한다. 온라인 채널로 개화 시기별 꽃길 정보를 계속 알리고, 현장 사진도 함께 올려 주민들의 발길을 유도할 계획이다. 지도는 행사장 홍보물과 주민 안내 자료로도 쓰인다. 동네를 아는 사람은 더 세밀하게 걷게 하고, 아직 몰랐던 사람은 새 산책길을 발견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거창한 축제보다 오래 가는 힘은 이런 생활권 풍경에서 나온다. 꽃이 피는 장소를 일부러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동네가 스스로 꽃길이 되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황성동이 품은 공간적 매력도 이런 사업과 잘 맞는다. 경주 도심 생활권 한가운데 자리한 황성 일대는 공원과 산책 동선, 주거지와 생활 편의시설이 가까이 붙어 있어 주민 이동이 잦은 편이다. 황성공원 역시 사계절 산책 명소로 꾸준히 주목받아 왔고, 최근에는 무궁화 명소 조성 사업까지 본격화되며 ‘도심 속 꽃과 나무의 공간’이라는 인상이 더 짙어지고 있다. 이번 꽃길 조성이 단발성 장식이 아니라 일상형 경관 전략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희정 황성동장은 “황성 꽃길지도가 주민들의 산책길 안내서가 되고, 동네 곳곳의 꽃길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전해주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주민들과 함께 사계절 꽃이 이어지는 황성동 꽃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이번 사업의 핵심은 보여주기보다 체감에 가깝다. 꽃을 보기 위해 멀리 떠나는 것도 좋지만, 매일 오가는 길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는 일은 또 다른 힘을 가진다. 황성동은 지금 그 조용한 변화를 동네 전체로 넓히고 있다.

 

관광지는 특별한 날 찾지만, 동네 길은 매일 걷는다. 그래서 황성동의 꽃길 사업은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크다. 봄 튤립으로 시작한 시선이 여름과 가을 꽃으로 이어지고, 지도 한 장이 평범한 골목을 새로운 산책길로 바꿔 놓는다. 경주 황성동은 지금, 멀리 가지 않아도 계절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생활적인 꽃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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