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여행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의 여행길에는 여전히 문턱이 많다. 올봄 서울 하이커그라운드에서 시작된 ‘모두의 봄, 열린 여행’은 그 문턱을 하나씩 낮추는 데서 출발했다. 보고 듣고 걷는 방식이 달라도, 여행의 설렘만큼은 누구에게나 같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키는 봄 캠페인이다.
올해 봄 여행의 화두는 벚꽃도, 축제도 아닌 ‘접근’이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4월 14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지는 열린여행 주간 ‘모두의 봄, 열린 여행’은 여행을 가로막아온 작은 불편과 큰 장벽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개막 무대는 서울 하이커그라운드다. 이날 오후 열린 행사에서는 청각장애 퍼커셔니스트 이성재가 ‘감각으로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타악 공연과 토크 콘서트를 펼치며 여행의 감각을 다시 묻는다. 익숙한 방식으로만 여행을 정의해온 시선을 흔들어 놓는 출발점이다.
이번 캠페인의 인상적인 지점은 보여주기식 선언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이커그라운드 1층과 5층에서는 30일까지 다감각 여행 팝업 ‘다정다감’이 이어진다. 진동으로 자연의 소리를 느끼는 ‘리듬 체험관’, 손끝으로 읽는 ‘야외 점자 도서관’ 같은 전시는 여행이 꼭 같은 감각으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아이돌 빅오션과 함께하는 수어 챌린지, 합천 황매산군립공원을 배경으로 한 ‘비긴어게인’ 콘텐츠도 함께 마련돼 열린관광의 의미를 훨씬 넓게 펼쳐 보인다.
체감할 수 있는 혜택도 적지 않다. 전국 24개 지자체의 36개 열린관광지와 민간 시설에서는 특별 할인이 진행된다. 경주엑스포대공원과 간송미술관은 입장료를 최대 60%까지 낮췄고, 무장애 여행상품과 요트 투어, 레일바이크 같은 민간 레저 프로그램도 이번 주간에 함께 묶였다.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처럼 여행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꽤 반가운 변화다. 단순한 할인 행사라기보다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장치에 가깝다. 프로모션 북에는 서울, 경주, 울산, 춘천 등 각지의 참여 시설과 기간, 적용 대상이 비교적 촘촘하게 담겼다.
여기에 ‘나눔여행’은 이번 캠페인의 온도를 한층 더 높인다. 공사는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 등 관광취약계층 210명을 대상으로 모두 7회의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상주와 양평, 진주 등 전국 열린관광지를 방문하는 패키지형 일정으로, 숙박과 식음, 교통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다.
이미 4000건이 넘는 사연이 접수됐을 만큼 관심도 높았다. 그만큼 여행을 원하지만 쉽게 나서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6월부터 하반기까지 추가 모집이 이어질 예정인 만큼, 열린여행 주간은 일회성 이벤트보다 장기 프로젝트의 성격이 더 짙다.
사실 열린관광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다. 다만 이번 봄에는 그것이 좀 더 선명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누구는 손끝으로 여행을 읽고, 누구는 진동으로 자연을 느끼고, 누구는 이동의 부담이 덜한 동선을 따라 비로소 여행의 기분을 누린다. 여행이란 결국 명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곳에 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모든 국민이 봄날의 설렘을 장벽 없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누구나 여행의 즐거움을 평등하게 만끽할 수 있도록 무장애관광 환경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올봄 여행의 풍경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꽃이 피는 장소를 더 많이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 캠페인은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 여행은 원래 자유의 감각에 가깝다. 그 자유가 더 많은 사람에게 실제로 열릴 때, 봄은 비로소 모두의 계절이 된다. ‘모두의 봄, 열린 여행’은 그 당연한 문장을 다시 현실로 옮기는 17일간의 실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