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이젠 노래를 배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AI로 곡을 만들고, 보컬과 연주를 다듬고, 자기 이름을 건 포트폴리오까지 완성하는 과정이 경남에서 한꺼번에 열린다. 지역 음악인들에게는 실전형 무대가, 예비 창작자들에게는 데뷔의 문턱이 한층 가까워지는 셈이다.
경남의 음악판이 올해는 한층 실전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강의실에서 이론만 배우는 방식이 아니라, 곡을 만들고 다듬고 무대에 올린 뒤 스스로를 알리는 단계까지 한 흐름으로 묶였다. 경상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본격화한 ‘2026 경남음악창작소 대중음악 아카데미’는 지역 대중음악 산업의 자생력을 높이고 전문 인재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창작과 실연, 브랜딩을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한 번에 연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번 아카데미의 중심에는 세 가지 축이 놓였다. 먼저 AI를 활용한 작사·작곡 및 음원 제작 과정은 최신 음악 기술과 현업 창작 경험을 결합해 실제 결과물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폭넓게 참여할 수 있고, 완성된 작업물은 개인 SNS 채널 등을 통해 바깥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순 체험형 프로그램이 아니라 ‘내 음악’을 세상에 내놓는 첫 단계까지 염두에 둔 구성이다.
두 번째 축은 보컬·기악 마스터클래스다. 국내 정상급 전문가의 1대1 집중 코칭과 소그룹 멘토링을 통해 교육생들은 짧지만 밀도 높은 훈련을 받게 된다. 몇 차례의 심화 트레이닝을 거친 뒤에는 참여형 라이브 공연도 예정돼 있다. 무대 경험이 부족한 지역 뮤지션에게는 실력을 점검받고 관객 앞에서 자기 색을 확인할 드문 기회가 될 수 있다. 음악이 결국 무대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과정은 단순한 수업보다 훨씬 현장에 가깝다.
세 번째는 음악 정체성 수립과 홍보 포트폴리오 제작이다. 브랜드 디렉터가 참여해 아티스트의 개성을 정리하고, 디지털 리플렛 EPK 제작과 유튜브 업로드까지 실질적인 홍보 역량을 키우는 방식이다. 요즘 음악 시장에서 곡 하나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이미지로 자신을 보여줄지, 어떤 채널로 관객을 만날지까지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 이번 아카데미가 그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린다는 점에서 지역 음악인들에게는 꽤 현실적인 프로그램으로 읽힌다.
운영 방식도 지역 밀착형이다. 진흥원은 이 사업을 함께 이끌 운영 용역사를 공개 모집하고 있으며, 대상은 경남에 본점을 둔 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입찰 공고는 4월 13일 올라왔고, 가격제안서 전자 투찰은 4월 22일부터 24일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관련 서류는 경남음악창작소 사무실에 직접 제출해야 한다. 지역의 창작자뿐 아니라 지역 업체까지 함께 묶어 음악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뜻이 분명하게 읽힌다.
김종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은 “최신 기술과 실전 공연이 결합된 이번 아카데미가 경남 뮤지션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며 “창의적이고 실행력 있는 지역 업체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는 이미 음반 제작, 공연, 네트워킹 등 지역 대중음악 기반을 다져온 공간이다. 올해 아카데미는 그 기능을 한층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신호에 가깝다. 배움이 결과물로 이어지고, 결과물이 다시 무대와 시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를 잡는다면 경남의 음악 현장도 지금보다 훨씬 탄탄해질 수 있다.
지역 음악 생태계는 결국 사람을 키우는 데서 시작된다. 곡을 쓰고, 노래하고, 무대에 서고, 자신을 알리는 힘까지 갖춘 창작자가 늘어날수록 지역은 단순한 소비지가 아니라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생산지가 된다. 올해 경남음악창작소 아카데미는 바로 그 출발선에 서 있다. 이번 판이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하면, 경남은 더 이상 서울 바깥의 변두리가 아니라 새로운 대중음악 실험이 태어나는 현장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