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사라진 줄만 알았던 신라 왕릉의 돌조각이 경주의 한 민가 정원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00여 년 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여겨졌던 구정동방형분 모서리돌 추정 석재다. 경주 왕경 복원과 신라 능묘 원형 연구에 적잖은 파장을 던질 만한 발견이다.
이진락 경주시의원이 경주의 한 민가 정원에서 100여 년 전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신라 왕릉 석재를 찾아냈다. 구정동방형분 모서리돌로 추정되는 이 석재는 사자상과 서역인상이 함께 조각된 희귀 형식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주 왕경 복원과 신라 능묘 원형 연구의 새 단서로 떠오르고 있다.
경주 구정동방형분은 통일신라시대의 무덤으로, 흙을 덮은 정사각형 봉분 아래 둘레돌에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독특한 형식을 지닌다.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27호로 지정됐고, 신라 무덤 가운데 보기 드문 네모난 형식으로 평가된다. 한 변 길이 9.5m, 높이 2m 규모의 이 무덤은 통일신라 말기 최고 귀족층의 묘역으로 거론돼 왔다.
이번에 발견 신고가 이뤄진 석재는 구정동방형분에서 약 4㎞ 떨어진 자연부락 민가 정원에서 확인됐다. 수십 년간 신라 왕릉 석각과 호석 원형을 연구해 온 이진락 경주시의원은 이 석재가 1920년대 이후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방형분 모서리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최근 경주시 문화유산과에 신고했다. 고고학적 검증은 남아 있지만, 현장 실측 결과와 조각 도상은 적지 않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구정동방형분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모서리기둥’의 존재 때문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한 구정동방형분 출토 모서리기둥은 높이 73.6㎝로, 두 면에는 서역풍 무인상이, 옆면에는 사자상이 돋을새김 돼 있다. 깊은 눈매와 높은 코의 인물상, 입에서 서기가 치솟는 사자상은 통일신라가 보여준 국제성과 조형 감각을 한 몸에 품은 작품으로 꼽힌다. 박물관은 이 유물을 방형분 네 귀퉁이에 세웠던 것 가운데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이번 발견의 의미가 더 커진다. 1977년 현장에서 발견돼 박물관으로 옮겨진 모서리기둥 외에 반대편 혹은 다른 모서리를 이루던 석재가 더 있었을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학계에서는 최소 두 개, 많게는 네 개의 유사한 모서리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실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석재가 같은 계열의 유물로 판명될 경우 구정동방형분의 원형 복원은 물론, 1960~70년대 이뤄진 정비·복원의 빈틈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가유산 지식이음도 복원 당시 일부 십이지신상 배치가 원위치를 찾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구정동방형분은 그 자체로도 특별하다. 중국 당나라 능묘와 다른 방식으로 십이지신상을 둘레돌에 새긴 데다, 서역풍 인물 조각까지 결합해 신라 왕릉 석각 예술의 독자성을 드러낸다. 이 독창성은 경주 왕릉 문화유산의 위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신고 석재가 진품으로 확인되면, 사라진 줄 알았던 신라 조각 예술의 한 조각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진락 경주시의원은 “이번 발견이 구정동방형분과 능지탑 등 과거 불완전하게 정비된 유적의 원형 재복원 논의를 다시 움직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돌 하나가 돌아오면 풍경이 달라진다. 왕릉의 모서리를 지키던 사자와 서역인의 형상이 다시 신라의 시간 속으로 이어질지, 이제 공은 정밀한 조사와 검증으로 넘어갔다. 경주의 땅속과 마을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를 잃어버린 조각들이 다시 빛을 볼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