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울릉도 가는 길이 확실히 달라졌다. 봄 바다가 열리자마자 포항과 울릉을 잇는 항로에 초쾌속 대형 여객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본격 투입됐다. “울릉도는 멀다”는 인식이 남아 있던 여행자에게 이번 뱃길은 속도부터 새롭다. 포항에서 아침에 출발해 울릉에 닿는 시간이 한결 짧아지면서, 울릉도 관광 시즌도 한층 빠르게 달아오를 분위기다.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3,158톤급 선박으로 여객 970명과 화물 25톤을 실을 수 있다. 대저페리 공식 선박정보에는 속도 50.2노트, 편도 소요시간 2시간 50분으로 적혀 있다. 배의 크기와 속도만 놓고 보면 기존 울릉 항로의 쾌속선 이미지와는 결이 다르다. 길이 76.7m, 폭 20.6m 규모의 대형 쌍동여객선이 동해를 가르며 포항과 울릉을 오가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 배의 핵심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데 있지 않다. 파랑 관통형 쌍동선 설계를 적용해 높은 파도에 강하고, 선사 측은 멀미율 감소와 쾌적성 향상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울릉 항로는 날씨와 파도 변수에 민감한 구간으로 꼽혀 왔는데, 이번 선박은 그런 동해 항로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봄철 여행 수요가 살아나는 시점과 맞물려 체감 변화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선내도 여행객 눈높이에 맞췄다. 좌석은 이코노미 526석, 비즈니스 352석, 퍼스트 92석으로 나뉜다. 카페와 수유실, 환자실, 교통약자 편의시설, 반려동물 공간까지 갖췄다. 배를 단순 이동수단이 아니라 여행의 첫 장면으로 바꾸려는 흔적이 선실 곳곳에 배어 있다. 오래 흔들리는 바다를 견디는 배가 아니라, 조금은 편하게 울릉으로 건너가는 배에 가까워졌다.
운항은 포항 오전 9시 50분 출항, 울릉 오후 2시 20분 출항의 1일 1왕복 체제다. 요금은 이코노미 대인 정상운임 기준 8만1000원부터 시작하고, 비즈니스와 퍼스트는 각각 12만1500원, 17만1500원이다. 선사는 운항 재개를 맞아 좌석 업그레이드와 상반기 할인, 제휴업체 혜택도 함께 내걸었다. 다만 실제 운항 여부는 바다 사정과 기상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출발 전 확인은 여전히 필요하다.
배가 빨라지면 섬의 시간이 달라진다. 울릉도에서는 행남해안산책로와 나리분지, 관음도, 봉래폭포 같은 대표 코스가 다시 봄 여행자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3~4월 울릉은 야생화와 산나물 향이 올라오는 계절이다. 이동 시간이 줄어든 만큼 1박 2일이나 2박 3일 일정도 한층 짜기 쉬워졌다. 멀어서 미뤄뒀던 섬, 파도 때문에 망설였던 여행이 올해는 조금 더 현실 가까이 다가왔다. 울릉도의 봄은 결국 배에서부터 시작된다.
울릉도는 늘 특별했지만, 가는 길은 늘 쉽지 않았다.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의 투입은 그 오래된 거리감을 조금씩 좁히는 변화로 읽힌다. 동해 끝섬으로 향하는 봄 여행의 첫 문장이 올해는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편안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