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꽃 앞에서 한 번 더 멈췄다. 고양시 일산서구청 앞 광장에 들어선 ‘보랏빛 화훼 포토존’은 공연 대기시간마저 봄의 장면으로 바꿔놓았다. 수국과 프리뮬라, 델피늄이 채운 보랏빛 공간은 이번 주 고양을 가장 먼저 기억하게 만드는 한 컷이 됐다.
고양시 일산서구청 앞 광장에 조성된 보랏빛 화훼 포토존이 공연 관람객들의 새로운 체류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공간은 BTS를 상징하는 컬러와 봄을 테마로 연출됐고, 수국·프리뮬라·루피너스·델피늄 등 계절감을 살린 꽃들로 꾸며졌다. 팬들은 공연장으로 바로 향하는 대신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잠시 머물며 고양의 봄꽃을 먼저 만난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연과 도시의 이미지를 연결하는 현장형 공간에 가깝다.
이번 포토존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시기가 절묘하기 때문이다. BTS는 4월 9일부터 12일까지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월드투어 ‘아리랑’의 포문을 열고 있다. 4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에서 세 차례 무대가 펼쳐지며, 국내외 팬들이 고양으로 몰리고 있다. 고양시는 이 대형 공연 수요를 도시 체류와 소비로 이어가기 위해 공연장 밖 동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보랏빛 포토존은 그 전략을 가장 눈에 띄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실제 현장의 분위기도 뜨겁다. 공연이 열린 날 고양종합운동장 일대는 보라색 우산과 우비를 든 팬들로 물들었고, 사운드 체크가 시작되자 공연장 밖에서도 열기가 빠르게 달아올랐다. 비가 내려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 팬들의 움직임은 공연 전부터 이미 하나의 도시 풍경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산서구청 앞 포토존은 단순한 포토 스팟을 넘어, 공연 전후 시간을 흩어지지 않게 붙잡는 중간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공간은 곧 열리는 2026고양국제꽃박람회의 사전 홍보 성격도 함께 품고 있다. 올해 꽃박람회는 4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일산호수공원 일원에서 열리며, 25개국 200여 개 화훼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는 대형 행사다. 다시 말해 이번 포토존은 공연 특수를 겨냥한 일회성 장치이면서 동시에 고양이 가진 화훼도시의 정체성을 미리 꺼내 보이는 예고편이기도 하다. 공연을 보러 온 이들이 꽃의 도시 고양을 함께 기억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고양은 원래 화훼산업과 꽃박람회로 이름이 깊은 도시다. 여기에 최근에는 대형 공연과 전시, 관광 콘텐츠를 엮는 방식이 더해지고 있다. 공연 관람객을 단순 통과 인구가 아닌 체류형 관광객으로 바꾸려는 ‘고양콘트립’ 구상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관광정보센터에서는 BTS 특별전과 핸드프린팅, RM 벽화 포토존 같은 콘텐츠가 마련됐고, 도시 곳곳에 공연과 연계한 즐길 거리가 늘고 있다. 이번 보랏빛 화훼 포토존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무대 바깥의 시간을 도시의 콘텐츠로 바꾸는 일이다.
이 방식의 강점은 분명하다. 팬들은 공연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대신 고양의 꽃과 공간을 경험하게 되고, 도시는 짧은 체류를 조금 더 긴 기억으로 바꿀 수 있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멈춘 자리에서 꽃을 보고, 도시를 보고, 다음 동선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남는 것이 무대의 여운만이 아니라 도시의 이미지가 되도록 만드는 장치라는 점에서, 이번 포토존은 꽤 영리하다. 화려한 조형물보다 계절의 꽃을 앞세운 것도 고양다운 선택이다.
고양시가 이번 봄 보여주는 풍경은 단순히 ‘팬을 위한 서비스’에 머물지 않는다. 공연도시와 화훼도시라는 두 얼굴을 한 장면 안에 겹쳐놓는 실험에 가깝다. 그래서 일산서구청 앞 광장의 보랏빛은 예쁘다는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 지금 고양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붙잡고, 어떻게 자신을 기억시키려 하는지 보여주는 색이기도 하다. 공연을 보러 왔다가 꽃을 찍고, 꽃을 찍다가 도시를 기억하게 되는 일. 봄의 관광은 어쩌면 이렇게 시작된다.
도시는 종종 큰 이벤트로 사람을 부른다. 그러나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의외로 작은 장면일 때가 많다. 이번 주 고양에서는 그 장면이 보랏빛 꽃이었다. 일산서구청 앞 광장에 핀 봄꽃들은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을 잠깐의 체험으로 바꿨고, 그 짧은 머묾은 도시의 인상을 한층 선명하게 만들었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사진 속에 남는 풍경이 있다면, 이번 봄 고양의 얼굴은 아마 이 보랏빛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