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좋은 웹툰은 어디서 시작될까. 화려한 플랫폼도, 거대한 자본도 중요하지만 결국 독자를 붙드는 건 ‘재미’라는 가장 오래된 감각일지 모른다. 경상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4월 7일 경남웹툰캠퍼스 중앙홀에서 연 네트워킹 간담회와 역량강화 특강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 자리였다. 이날 현장에는 입주작가와 예비작가 등 80여 명이 모여 창작의 현실과 산업의 방향을 함께 들여다봤다.
이번 행사의 무게를 키운 것은 강연 내용이었다. 특강은 ‘나 혼자만 레벨업’ 웹툰 제작사로 널리 알려진 디앤씨미디어의 박준용 콘텐츠제작파트 과장이 맡아 ‘재미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성공하는 콘텐츠는 재미와 상업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는 메시지가 특히 큰 반응을 얻었다. 창작의 순수성과 산업의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기 쉬운 예비 작가들에게, 작품이 시장과 만나는 방식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실무형 조언이 직접적으로 닿은 셈이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창작 방향과 데뷔, 진로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끝까지 뜨거웠다.
이 장면이 더 의미 있게 읽히는 이유는 경남웹툰캠퍼스가 단순한 교육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524에 자리한 경남웹툰캠퍼스는 예비·기성 작가를 위한 창작 공간과 교육, 멘토링, 사업화 연계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지역 웹툰 거점이다. 도내 거주 작가를 대상으로 기본 2년, 최대 6년까지 무상 입주를 지원하는 체계도 갖추고 있다. 작업실 하나 빌리기 쉽지 않은 신인 작가들에게는 이 같은 기반이 곧 창작 지속성으로 이어진다. 지역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지역 밖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버팀목이 이곳에 모여 있는 셈이다.
올해 경남이 웹툰 분야에 거는 기대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창작비 지원 규모를 늘리고, 연재와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경남도의회 자료에도 웹툰캠퍼스 운영 예산과 창작자 지원 사업이 꾸준히 반영돼 있다. 단순히 강의를 열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창작자 발굴에서 연재, 산업화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지역 안에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수도권에 집중된 웹툰 산업 구조 속에서 경남이 자체 생태계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대형 웹툰 IP와 연결된 실무 감각이 지역 창작 현장으로 직접 내려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웹툰 산업은 이제 단순한 연재를 넘어 영상화, 게임화, 굿즈, 해외 유통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나 혼자만 레벨업’처럼 하나의 작품이 글로벌 파급력을 가지는 사례가 나온 뒤로는, 지역 창작자들도 이야기의 재미뿐 아니라 산업적 확장성까지 함께 고민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특강은 막연한 응원보다 구체적인 방향을 건넨 자리로 보인다. 지역에서 시작해도 충분히 큰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장에서 체감하게 했기 때문이다.
김종부 원장은 "이번 행사가 도내 기성·예비 웹툰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리였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지역 웹툰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말은 결국 경남웹툰캠퍼스의 방향을 압축한다. 지역에 머무는 창작이 아니라, 지역에서 출발해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가는 창작. 이번 중앙홀의 열기는 그 가능성이 아직 충분히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웹툰은 요즘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콘텐츠 산업이지만, 그 시작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질문에서 나온다. 무엇이 재미인지, 무엇이 독자를 움직이는지, 지역에서도 좋은 이야기가 자랄 수 있는지 묻는 자리. 경남웹툰캠퍼스에서 열린 이번 만남은 그 질문들이 아직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화려한 성공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계속 그릴 수 있는 환경이다. 그리고 경남은 지금, 그 환경을 조금 더 두텁게 만드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