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구례 섬진강 대나무숲의 이 길은 그냥 산책로가 아니다. 여행자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으며 쉬어가라고 만든 황토길이다. 처음엔 조금 망설여진다. 낯선 흙의 감촉,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차갑고도 부드러운 결, 대숲 사이로 길게 이어지는 붉은 길이 어쩐지 조용한 의식을 치르듯 사람을 안으로 불러들인다. 그런데 한 걸음, 또 한 걸음 옮기다 보면 알게 된다. 이 길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풀어주는 길이라는 것을.
대숲은 높고 곧다. 하지만 그 아래 놓인 황토길은 부드럽고 낮다. 하늘로 치솟은 대나무와 땅의 온기를 품은 길이 한곳에 만나는 풍경은 묘한 균형을 만든다. 바람이 대숲을 스치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맨발은 황토를 천천히 밟는다. 귀로는 숲을 듣고, 발로는 땅을 읽는 시간이다. 그렇게 걷고 있으면 평소엔 잊고 지내던 감각들이 다시 살아난다. 우리는 늘 바쁘게 앞으로만 가느라, 땅을 딛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주 잊고 산다. 그런데 이 길에서는 발바닥 하나로도 충분히 많은 것이 전해진다.
황토길의 매력은 화려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저 흙길일 뿐인데,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 맨발로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 하나가 몸의 긴장을 풀고 생각의 속도까지 늦춘다. 대숲 사이를 지나는 동안 여행자는 관광객이 아니라 잠시 자연의 일부가 된다. 잘 정돈된 길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흙의 온도와 숲의 숨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걷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길은 보는 여행지가 아니라, 직접 몸으로 통과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여행지다.
구례 섬진강 대나무숲 황토길은 결국 쉼의 방식에 대해 말해준다. 멀리 떠나는 것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때로는 신발을 벗고 천천히 걷는 일만으로도 사람은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는 것. 대숲이 흔들리고 황토가 발을 받쳐주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맑아진다. 아마 힐링이라는 말은 이런 길 앞에서 가장 자연스러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구례 힐링명소, 이 길은 맨발로 걷는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c2564574-214f-4e93-870f-4621394fd2f4/00-legacy-cover-13793.jpg)